제8회 부산국제영화제(www.piff.org)가 24일부터 예매에 들어가며 기지개를 켠다. 4회부터 시작, 5년째 개막식 사회를 맡아온 영화배우 방은진(38)씨가 독자들에게 이번 부산 영화제의 개요와 매력을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방은진입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네요. 그리고 부산영화제의 계절입니다.
올 영화제는 10월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역대 최대 규모인 61개국 245편의 영화를 선 보입니다. 예년보다 개막일이 좀 빨라졌는데, 내년부터는 늘 이맘때 열릴 예정이랍니다. 올해는 3년 만에 해운대 수영만 요트 경기장 야외상영관에서 개·폐막작이 상영됩니다. 바닷 바람이 불어오는 야외에서 영화를 보기엔 딱 좋은 날씨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개막작은 일본의 호러 전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도플갱어', 폐막작은 '여고괴담'으로 데뷔한 박기형 감독의 '아카시아'입니다. '월드시네마'를 비롯한 9개 섹션으로 나뉜 참가작들이 해운대 메가박스 10개관 등 17개 극장에서 관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올해는 해운대에서도 많은 영화가 상영되니 남포동과 해운대 두 곳이 북적거릴 테지요.
부산영화제는 존재 자체가 우리 영화계의 자랑거리입니다. 국제영화제로 나갔을 때 한국영화의 위상이 엄청나게 달라져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 독일 베를린, 캐나다 밴쿠버, 일본 후쿠오카 영화제를 다니면서 실감했습니다. 부산영화제 섹션 가운데 하나인 '아시아 영화의 창'이란 이름처럼, 예전에 도쿄나 상하이가 했던 역할을 언젠가부터 우리가 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젠 전세계가 아시아 영화를 보기 위해 부산을 찾고 있습니다.
부산은 항구도시 특유의 열린 마음이 느껴지는 곳이죠. 시원한 바다가 있고, 자갈치 시장의 왁자지껄하고 술렁이는 분위기가 부산영화제에 역동적이고 활기찬 기운을 보탭니다.
매년 부산영화제에 내려오면 꼼꼼히 일정을 확인하고 하루 두 세편 이상 매일 봤습니다. 미카엘 하네케의 '피아니스트'와 빔 벤더스의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작품들을 본 것은 큰 수확이었죠. 뉴커런츠 섹션에서 신인감독의 장편을 보는 것, 세계적 영화제 수상작(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자토이치'와 칸 영화제 대상 수상작 '엘리펀트' 등)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일 것입니다.
한국의 영화인들과 세계의 영화인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수영만 오션플라자와 그랜드호텔 사이 골목에서 맛보는 게, 낙지찜, 남포동 원산면옥에서 맛보는 냉면, 남포동 완당집에서 먹는 꿩고기 만두…. 해운대에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한 잔 기울이다 보면 영화제에 흠뻑 취하게 됩니다.
저는 요즘 데뷔작 '엄마, 미안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감독 준비로 바쁘지만 부산영화제에서 사회를 부탁하자 덜컥 그러겠다고 대답한 것도 바로 이런 매력 때문이겠죠. 내년엔 제가 만든 영화를 가지고 부산에 내려오고 싶어요. 그럼 10월2일 부산에서 뵙겠습니다.
/정리=이종도기자 ecri@hk.co.kr
사진=원유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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