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첫날인 22일 각 감사장에서는 민주당 분당에 따라 새롭게 정립된 1여3야의 새로운 정국구도가 확연히 드러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소속돼 있는 민주당은 감사장 여러 곳에서 한나라당과 '사실상 공조'를 벌였다. 한나라 민주 자민련의 '삼면초가(三面楚歌)'에 빠진 정부는 통합신당의 지원사격을 받았지만 신당의 세가 워낙 약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법사위의 서울고·지검 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자민련과 공조,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편파 수사를 강도높게 질타, 과거 야당 기질을 쉽게 회복했음을 보여줬다. 반면 통합신당 의원들은 검찰을 독려하는 데 치중, 대조적이었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은 "검찰이 현정권과 코드를 맞춰가며 부담스러운 정치인 수사를 의도적으로 축소·은폐하거나 비껴가고, DJ 정권과 깊은 인연이 있는 의원만 솎아내서 집중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순형 의원도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 재수사 결과를 놓고 국민 사이에선 '검찰이 죽은 권력에는 강하고 산 권력에는 약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통합신당 천정배 의원은 민주·한나라의 공세가 거세지자 "검찰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수사를 통해 기업체의 고질 병폐를 바로 잡은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옹호하고 나섰다.
정무위에서는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1여3야 구도가 뚜렷이 확인됐다. 대북송금 사건, 대통령 주변 인사 재산 의혹, 굿모닝시티 사건 등 세 가지 쟁점의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통합신당을 '왕따'시킨 채 '거래'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반대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등 대북송금 사건 관련 증인채택을 포기했다. 대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요구한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등의 증인 채택을 수용, 통합신당을 물 먹였다.
문화관광위에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정부 언론정책 비판을 방조하는 것으로 '탈여(脫與)'의 변화를 실증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제히 나서 청와대의 언론정책을 꼬집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손을 놓고 바라보기만 했다. 심재권 의원은 "청와대의 동아일보 취재거부 보도를 보면서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오히려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