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이 내 주머닛돈."법인카드를 기업주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례가 매년 100만건 내외씩 적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다 국세청에 적발된 건수 및 추정금액은 2001년 120만건(법인 2만3,493개사) 3,500억원, 2002년(1∼9월) 70만건(1만2,696개사) 2,500억원에 달했다.
22일 국회 재경위의 국세청 국감에서는 사주와 가족들이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는 구체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이들 중 한 악덕 기업주는 연간 10억원 이상의 회삿돈을 생활비로 썼다가 덜미를 잡혔다.
A사의 사주와 가족들은 2002년 1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법인 명의의 카드로 공휴일에만 1,413회에 걸쳐 9억5,329만원을 지출했다. 이들은 삼성카드 451만원, 신한카드 273만원, 비씨카드 14만원 등 각 신용카드별 사용액을 최소화하되 수십장의 신용카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수법으로 '티나지 않게' 회삿돈을 전용했다.
B사가 같은 기간 비씨카드, 하나은행의 신용카드 각 2장과 신한카드 1장으로 지출한 3,452만원 중 46%인 1,609만원도 사주와 가족들의 사용액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 회사의 사주와 가족들은 이 밖에도 10여장의 법인카드로 총 3,500여만원을 사용하는 등 생활비의 대부분을 회삿돈으로 충당했다.
이 회사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내역을 항목별로 보면 백화점, 할인점, 통신판매점, 홈쇼핑 등 쇼핑 75회 2,518만원 의류, 구두, 장신구, 화장품, 등산장비 등 신변잡화 구입 6회 487만원 가전제품, 가구, 주방용품, 건강식품 등 가정용품 구입 4회 401만원 골프연습장, 이·미용실, 피부클리닉, 학원, 예식장 등 이용료 결제 9회 138만원 등이었다.
특히 이 회사의 사주 가족들은 2001년 한해 동안 중국, 홍콩, 러시아연방 등으로 여행을 가서 법인카드로 1,183만원 상당의 쇼핑을 즐기기도 했다.
C사의 사주와 가족들은 2002년 1∼9월 무려 회삿돈 5,346만원으로 쇼핑을 했고, 골프연습장과 피부클리닉, 예식장 등에 지불한 돈 1,146만원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D사의 사주는 법인카드로 5,874만원 어치의 쇼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은 국감에서 "지금처럼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액을 해당 기업에 통지해 시정조치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적 사용으로 확인된 금액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추가 과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골프·술 접대 2년새 80%급증 기업 작년 접대비 4조7,000억
기업 접대비 중 유흥업소와 골프장에서 사용된 액수가 지난 2년새 79.8%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22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김효석(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법인의 접대비 지출은 2000년 2조9,754억원, 2001년 3조9,635억원에 이어 지난해 4조7,434억원으로 증가, 불과 2년만에 1조7,680억원(59.4%)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유흥업소와 골프장에서 사용된 금액은 2000년 1조850억원에서 2001년 1조6,310억원으로 50.3%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1조9,513억원으로 또다시 19.6%나 늘어났다.
유흥업소나 골프장에서의 접대비가 2년만에 79.8%, 8,663억원이나 급증한 것이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