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매미'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전국이 비상체제에 들어간 12일 저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내외가 서울 삼청각에서 뮤지컬 '인당수 사랑가'를 관람한 것으로 밝혀졌다.이 같은 사실은 22일 국회 행정자치위의 행자부 감사에서 자민련 정우택(鄭宇澤) 의원의 질의를 통해 드러났다. 노 대통령 내외는 관람에 아들 건호씨·딸 정연씨 부부,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부부 및 자녀, 김세옥(金世鈺) 경호실장 부부 등을 대동했다.
정 의원은 이날 허성관(許成寬) 행자부 장관에게 사실 확인을 요구하면서 "전 공무원들에게는 태풍에 대비해 비상체제로 근무하게 해놓고 대통령이 연극이나 관람한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라고 추궁했다.
정 의원은 이어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도 제주에서 골프나 치고 있었는데, 대통령의 행동을 국민이 어떻게 용납하겠느냐"면서 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인당수 사랑가' 공연은 12일 오후 6시부터 1시간45분간 진행됐으며, 중앙 21개 유관기관과 전국 시·도 2만여 공무원은 오후 4시를 기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태풍 매미는 전날 태풍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같은 날 오전 제주를 휩쓴 뒤 오후 8시께 경남 사천 해안에 상륙했다.
이에 대해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부속실이 노 대통령 내외의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일정으로 삼청각의 뮤지컬 관람일정을 마련했다"면서 "이미 문 실장 등까지 초청한 상태여서 취소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는 "노 대통령과 참모들이 가족들과 함께 조촐한 저녁 행사를 가진 것인데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으로서 기본자세가 결여돼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충격과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긴급하게 재난 대책수립이 요구되는 시점에 노 대통령이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동국기자 b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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