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인터넷, 패션,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변화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자동차에 대한 취향은 유독 보수적이다. 1998년 3월에 데뷔해 약 5년6개월 만에야 3번째 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내놓은 르노삼성의 SM5(사진)가 그 대표적인 예다.경쟁차가 풀 모델 체인지를 2번이나 하는 사이 한 모양만 고집해 온 SM5지만 판매량은 2000년 2만8,000여대 2001년 6만8,000여대 2002년 10만대 돌파 등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8월까지 5만5,000여대를 넘어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기의 원인을 데뷔당시 경쟁사를 공포에 떨게 만들만큼 우수했던 품질과 함께 각진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의 보수적인 차체 디자인에서 찾는다.
2004년형 SM5도 이 같은 인기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외양은 보닛 맨 앞에 부착된 르노삼성 앰블렘이 더 커지고, 그릴의 세로무늬가 두꺼워져 약간 더 권위적인 느낌을 준다. 가는 직사각형 전조등이 제논램프를 채택하면서 밑부분에 원형이 가미됐고,전면 안개등이 커졌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발견하기 힘든 정도의 변화다. 실내는 짙은 마호가니 무늬목과 검은색 재질을 조화시켜 한층 차분하고 고급스러워졌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죽과 무늬목으로 고급스럽게 바뀐 운전대가 눈에 띈다. 이 밖에 후진경보장치, 일체형 CD체인저 등 총 26가지의편의장치를 더했다.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돌려보면 운전대 감각이 한층 가벼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가속페달에 힘을 주어도 소음이 많이 커지지 않는 조용한 실내, 넓고 편안한 뒷좌석 등 이전 모델의 미덕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모델의 경우 중·저속에서 한 박자 늦는 듯한 변속감각도 이전모델 그대로다.
또 넓은 실내공간에도 불구하고 뒷좌석용 냉난방 배출구멍이 없어 앞·뒷좌석 온도차가 발생하는 점도 바뀌지 않았다. 페이스리프트의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다섯살이 넘은 SM5는 여전히 순항 중이며 더 강력해졌다. 하지만 차를 내리는 순간 중형차의 대표모델로 한때를 풍미하다 종적을 감춰버린 대우 '프린스'가 생각난 것은 SM5가 적어도 2년 이상 더 생산될 것이라는 회사측 설명이 오버랩 됐기 때문이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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