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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지 야간촬영 재개 "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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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지 야간촬영 재개 "물의"

입력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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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사적 122호)과 창경궁(사적 123호) 경내에서 야간 촬영이 재개돼 물의를 빚고 있다. 문화재청은 SBS 사극 '왕의 여자' 제작팀이 9월16부터 12월30일까지 두 궁궐에서 야간촬영을 하겠다고 신청한 데 대해 문화재 훼손 방지 등을 조건으로 허가했다고 최근 뒤늦게 밝혔다. 궁궐유적지에서의 야간촬영은 소품과 촬영장비에 횃불이나 인화물질 등이 들어 있어 2001·200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전면 금지된 바 있다.특히 문화재청의 야간촬영 허용은 이달 초 열린 궁릉유적지 촬영심의위원회 회의의 촬영금지 결정을 직권으로 뒤엎은 것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문화재청은 SBS가 요청한 야간촬영 허용 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학계와 시민단체, 관련업계 대표 등으로 촬영심의위원회를 구성했다.

따라서 촬영 허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촬영심의위원회를 새로 소집하거나, 위원들에게 자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촬영지역이 비지정문화재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주변에 지정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문화재 훼손의 우려가 큰 데다 다른 방송사에서 야간촬영을 요청할 경우 줄줄이 허용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창덕궁은 오랫동안 제한적으로 공개된 결과 도심에서는 보기 드물게 생태계가 살아나 서식 중인 희귀동식물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촬영심의위원으로 참여한 강임산 '한국의 재발견'사무국장은 "회의에서 불허결정이 난 사안에 대해 형식적 조건을 내걸고 뒤집은 것"이라며 "한두 장면의 촬영을 위해 대부분 목조 건축물인 궁궐에서 소방 대책도 없이 촬영에 나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도 "2002년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보호구역 내의 무분별한 사극 촬영을 지적받고 제정하기로 한 사적지 촬영수칙이 지금까지도 정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궁원문화재과 담당자는 "방송의 공익적 측면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촬영을 허가했고 문제가 될 경우 즉각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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