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함성득 교수는 지난해 대선 전의 토론회에서 대통령부인의 역할유형을 6가지로 분류했다. 1)전통적 내조형 2)베갯속 내조형 3)활동적 내조형 4)전문성 있는 전략적 후퇴형 5)연결망으로서의 참여형 6)동반자적 참여형 등이다. 최규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홍기 손명순 여사는 1), 이승만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김옥숙 여사는 2),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이순자 여사는 3), 윤보선 전 대통령의 부인 공덕귀 여사는 4),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5)에 속한다. 6)의 유형은 없었다는 것이다.■ 역대 최고의 대통령부인으로는 육영수 여사가 압도적으로 꼽히지만, 대통령부인들 중에 좋은 이미지를 남긴 사람은 적다. 누구보다 행사 참석이 잦았던 이순자 여사는 "박사 위에 육사, 육사 위에 여사"라는 말을 들을 만큼 미움을 샀다. 김옥숙 여사도 '두 얼굴의 영부인'으로 평가됐다. 손명순 여사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으며 학력이 높고 사회활동경력이 풍부했던 이희호 여사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부인이 수행할 계획(Pet Project)을 미리 세워 실행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부인의 역할이 아직 정립돼 있지 않다.
■ 이상적인 대통령부인상으로 육영수+힐러리형을 꼽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대통령부인 권양숙 여사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상적인 유형이 될 수 있을까. 권 여사는 최근 여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어떤 영부인을 흉내내기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맞는 부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힐러리의 자서전도 읽어 보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나는 밑천도 부족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서 출신인 로라 부시의 책 읽어주기활동에 대해서는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는 말을 했다. 청와대생활의 갑갑함과 불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 그렇게 갑갑한 청와대에 머무르면서 반감을 사기 쉬운 골프 이야기를 하지 말고, 태풍 '매미'의 수해현장으로 달려가면 어떨까. 노 대통령 부부의 고향인 경남은 이번에 피해가 막심했다. 대통령 생가도 수해를 당했다. 대통령부인이 나서는 것을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매를 걷어붙이고 함께 땀 흘리며 수재민들의 눈물을 닦아 준다면 보기 좋지 않을까. 일시적인 쇼라 해도 좋다.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그 자신도 아파트 미등기 전매의혹에 휘말린 상황에서는 대통령부인의 역할이 더 커 보인다. 연구와 연출이 필요하다.
/임철순 수석논설위원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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