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발 '환율 태풍'의 상륙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증시가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지자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도 일제히 환율 변수에 집중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22일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라 국내 경기회복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여건이 악화할 경우 투자심리 및 주가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산업·업종별 득실 분석에 신경을 곤두세웠다.투자심리 추가 위축 불가피
달러 약세가 본격화할 경우 거시적으로는 가뜩이나 미미한 국내 경기회복세가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증시 방향성에 대해서도 보수적 전망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날 연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기존 1,180원에서 1,100원으로 햐향 조정하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3.2%에서 2.8%로 낮췄다.
삼성증권은 그러나 "경기침체 장기화를 막기 위해 정부가 2차 추경 규모 확대나 국내 유동성 환수의 완화 등을 통해 추가 경기 부양책을 가시화할 것"이라며 "3분기 이후 완만한 경기회복세 자체는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매수세 약화 등으로 이미 지난 주부터 약세로 기우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환율 악재가 겹쳐진 만큼 당분간 주식 비중을 줄이고 관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환율 테마주 희비 엇갈려
이날 증시에서 '외환 태풍'의 영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종목은 수출 주도형 핵심 우량주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이들 종목은 최근 지수 상승세를 주도하면서 이미 고평가 상태라는 인식이 퍼진데다 환율 악재에 따른 채산성 악화 전망이 겹치자 속수무책으로 급락했다. 삼성전자가 6.28% 급락한 것을 비롯해 POSCO는 5.38%, LG전자는 4.81%, 현대차는 6.12% 추락했다.
반면 대표적인 에너지·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환율 수혜주들은 한국전력이 1.82% 하락했고, 삼천리가 1.04%, 서울가스가 1.97% 소폭 하락하는 등 폭락장에서 강한 하방 경직성을 과시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비 정보기술(IT) 수출 단가는 달러 기준으로 상승 추세에 있고, 선진국 경기 호전으로 IT 품목은 수출 물량의 빠른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며 "따라서 환율 급락이 수출 관련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 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 장화탁 연구원은 "휴대폰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피해가 예상되는 반면 단기적으로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거나 달러 부채가 많은 기업이 수혜를 볼 것"이라며 유틸리티, 정유, 음식료, 항공주 등을 수혜 업종으로 꼽았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