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2일 일본 도시바(東芝)와 '광(光)저장기기' 합작사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삼성전자와 도시바가 각각 49%, 51%의 지분을 투자해 설립하게 될 합작사는 CD-ROM 등 광저장기기 분야에서 제품 개발 및 마케팅을 전담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2억 개 규모로 성장한 광저장기기 세계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 단숨에 선두 업체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세계 유수의 가전사, IT기업 등과 합작사를 설립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삼성전자의 발걸음이 올들어 활발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각 분야별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짝짓기'를 통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짝짓기 2000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세계 주요 기업들과 12차례 전략적 제휴를 맺었던 삼성전자는 올들어 1월 마쓰시타와 DVD 레코더 표준화 제휴를 맺는 등 모두 11차례에 걸쳐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특히 6월에는 차세대 가전사업의 총아로 떠오른 홈 네트워킹 사업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세계 16대 기업과 홈 네트워킹 국제 표준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제휴가 합작사 설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세탁기 등에서 제휴를 맺은 도시바와 광저장기기 합작사를 설립키로 한 삼성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제휴해온 소니와도 액정표시장치(LCD) 합작사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짝짓기는 생존 전략 삼성전자가 이처럼 다른 기업들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는 것은 메이저 기업간 '짝짓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는 동시에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한 IT 사업에서 독자 행보로 인한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세대 유망사업 분야에서 합작사 설립을 통해 시장 선두에 올라서는 것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 실제로 광저장기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도시바는 현재 각각 3, 4위에 포진해있지만, 합작할 경우 단숨에 선두를 노릴 수 있다.
또 6개월째 물밑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소니와의 LCD 분야 합작사 설립도 세계 TV 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군림해온 소니와 LCD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기술력을 쌓아온 삼성전자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흥미로운 것은 광저장기기, LCD 분야에서 LG가 각각 히타치(日立), 필립스와 합작설립한 '히타치-LG 데이터스토리지', 'LG필립스LCD'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 업계 관계자는 "선도업체인 삼성전자가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며 합작사 설립을 잇따라 추진하는 바람에 해당 분야에서 또 다른 합종연횡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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