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던 신당이 출범했다. 그러나 신당문제는 앞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많기에 오늘은 다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얼마 전 사퇴한 김두관 행자부장관 사태이다.한나라당이 참여정부가 한총련의 미군기지 침입시위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으로 주무장관인 행자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함으로써 시작된 김두관사태는 한국정치의 현실과 관련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한나라당의 해임건의는 왜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배했고, 앞으로 혁명적 변화 없이는 다음 대선에서도 패배할 수밖에 없음을 잘 보여준 한심한 자살골이었다. 물론 한총련 시위는 불행한 사태였다. 그러나 그 정도의 사안에 대해 책임을 물어 해임건의를 하기 시작한다면 국회는 허구한 날 해임건의만 하다가 날을 새고 말 것이다.
사실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는 김 장관 해임건의의 진짜 이유가 그간의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강하며 대통령의 실정을 응징할 다른 방법이 없어 김 장관을 해임건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주장 역시 문제가 많다. 즉 노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많지만, 그렇다고 장관의 해임건의를 통해 사실상 간접적으로 탄핵을 당해야 할 정도로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당의 혁신을 위해 5, 6공 인사들의 퇴진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로 부당한 해임건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사실상 5, 6공 인사들의 과거 행적과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번 해임건의는 이들의 혁신론의 허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양비론이 아니라, 노 대통령의 대응 역시 문제가 많았다. 즉 국회의 해임건의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는 한나라당의 해임건의안이 옳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박정희와 같은 독재자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해 수용했던 국회의 해임건의를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처럼 국회의 권한을 축소해석하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국정원장과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 당시에도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내린 부적격 판정을 무시하면서 인사청문회 관련법에 따른 국회의 권한을 축소해석하는 방향으로 대응한 바 있다. 아무리 국회가 적대적인 야당세력에 의해 장악되어 있고 이들의 결정이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처럼 헌법과 관련해 국회의 권한, 특히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견제권을 축소해석하려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과거의 독재자들을 닮은 대통령이 출현해 그의 반민주적 정책을 국회가 장관의 해임건의나 인사청문회로 견제하려 할 때, 노 대통령의 주장이 그릇된 전거(典據)로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정치의 과제는 대통령 권한의 축소이지 국회 권한의 축소가 아니다.
김 장관의 후임 결정과정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문제는 후임 허성관 장관 인사의 잘잘못이 아니라 그 과정, 즉 노무현 정부가 그처럼 강조하는 시스템이다. 출범 당시 노무현 정부는 장관후보 인터넷 공개모집이라는 국민참여 인사와 다면평가와 같은 인사혁신을 단행했고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후보 공개모집 등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물론 장관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이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한번만 하고 말 쇼라면, 인터넷 공모 등 왜 그처럼 난리를 쳤느냐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시스템은 사라지고 코드만 남은 셈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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