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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금이 내각제 논의할 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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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지금이 내각제 논의할 땐가

입력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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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분당으로 정치권이 4당 체제로 개편되더니 내각제가 거론되기 시작한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여당 내부의 분란에, 여야 싸움으로 날을 지새더니 다시 자기들끼리의 논란이 벌어지는 모습이 꼴불견이다. 민주당의 분당이 정략적 타산과 감정대립의 산물인 데다 안팎의 난국에 손을 놓고 있던 정치권이 국민을 도외시한 이런 개헌논의나 벌일 때가 아니다.대통령이 소수파로 굳어지고, 여당도 야당도 불분명한 초유의 4당 구조는 전도가 불투명한 대형 실험이다. 그런 실험을 꼭 해봐야 할 만큼 명분이나 당위성이 명쾌하지도 않다. 무엇을 담보로 한 실험인지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불안하기가 짝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벌써부터 내각제가 옳으니, 부당하니, 개헌이 가능하니, 어쩌니 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니 정치권의 발상과 행태에 믿음이 갈 수 없다.

원내 의석 분포상 개헌이 가능한 구조가 돼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집권세력이 소수로 몰려 있고, 집권능력이나 성적이 기대치에 미달한다는 비판론도 거세다. 그러나 정계개편으로 반대세력의 힘이 우위에 섰다고 해서 이를 당장 개헌론으로 연결짓는 일에나 몰두해서야 곤란하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실정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대통령제를 폐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선뜻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능주의 편의주의에만 빠져 있는 정치권의 의식이 걱정스럽다.

4당 체제의 정치권은 어떻게든 막중한 국정현안들을 추스려 국민이익을 살펴야 한다. 새 정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총선을 의식한 정략과 분파적 경쟁으로 큰 부실이 우려되고 있다. 마음대로 갈라서고, 멋대로 개헌을 논의하는 모습이 얼마나 실망스럽게 비치는지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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