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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에 술집취업 알선? 황당한 대학 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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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에 술집취업 알선? 황당한 대학 홈피

입력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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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던 수도권 A대 3학년 강모(23·여)씨는 학교 홈페이지 취업정보란을 검색하다 눈이 번쩍 띄는 구인광고를 발견했다. '여성 바텐더 구함, 월 130만원 이상 고소득 보장.' 강씨는 벌이도 괜찮은 데다 학교 홈페이지에 소개된 만큼 믿을 만한 곳으로 판단,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Z바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강씨는 "남자 손님들 옆에 앉아 술도 따르고 짓궂은 농담도 받아줘야 한다"며 "보통 새벽 2∼3시까지 일을 하기 때문에 오전 수업은 포기하기 일쑤"라고 말했다.각 대학이 운영하는 취업정보 인터넷 사이트가 유흥업소 구인사이트로 변질되고 있다. 일부 대학 인터넷 홈페이지 취업정보 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서너 건씩 술집 여종업원을 모집하는 광고가 버젓이 게재돼 가뜩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나 취직에 목말라 있는 여대생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대학측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대학측이 운영하는 취업정보 사이트가 여대생들을 술집 종업원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22일 각 대학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성격 활발하고 용모 단정한 여학생 환영' '키 160㎝ 이상 용모 단정은 기본' 등의 문구와 함께 '월 100만원 이상 고소득 보장' '교통비 지급, 원하면 숙소 제공' 등의 조건을 내세우는 구인광고가 넘쳐났다.

특히 최근에는 남자 손님에게 술을 따라주며 '말 동무'를 해주는 여자 바텐더를 고용하는 술집이 많아지면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여대생들이 유혹에 쉽게 빠져들고 있다. 압구정동 L바에서 만난 B대 1학년 홍모(19·여)씨는 "일하는 여자 바텐더 중 절반 이상이 대학생인데 대부분이 취업사이트의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온 경우"라고 전했다.

술집 종업원 광고가 버젓이 대학 홈페이지를 점령했지만 대학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D여대 관계자는 "대학 홈페이지에 게재된 구인광고 중 취업정보업체가 제공하는 정보의 경우 인력 부족 때문에 일일이 유해한 내용을 체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S대 관계자는 "학교마다 직원과 조교 1∼2명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하기 때문에 불법 광고를 곧바로 삭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D여대를 비롯, 국내 80여 대학과 계약을 맺고 있는 취업정보제공업체 E사 담당자는 "하루에 약 2,000여 업체가 광고를 의뢰하는데 담당 직원은 2∼3명에 불과해 제목 정도 읽어보고 큰 문제가 없다면 각 대학 홈페이지에 광고를 올리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C바의 D대 2학년 김모(23·여)씨는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벌이가 세배 정도 괜찮지만 옷이나 화장품 등을 구입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어 오히려 빚을 지는 경우도 있다"며 "대학이 사실상 취업정보로 이런 곳을 공식 소개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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