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왕' 박세리(26·CJ·사진)에 걸맞는 캐릭터를 고르라면 당연히 칼바람을 일으키는 여전사다. 그만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선수 중에서는 가장 도전적이고 강한 승부 근성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박세리가 국내 남자프로골프대회에 출전, 한국 여성프로골퍼로는 처음으로 성대결을 펼친다는 사실이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수지 웨일리(미국)의 미국프로골프(PGA)에 대한 도전과 좌절을 보면서 성대결에 대한 전투 의지를 불태워왔던 박세리다.박세리의 성대결 무대는 다음달 23일 경기 용인시 레이크사이드골프장 서코스(파72·7,030야드)에서 열리는 2003 SBS 최강전(총상금 3억원).
★인터뷰 B14면
이 대회에는 지난해 상금왕 강욱순(삼성전자)과 올시즌 2승의 오태근(팀 애시워스), 그리고 김대섭(성균관대) 최광수(KTRD) 신용진(LG패션) 등 110여명에 이르는 국내 정상급 골퍼가 총출동한다.
박세리는 22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실력 등 여러 면에서 많이 모자라지만 성적보다 배운다는 자세로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하겠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실제로 미 LPGA투어 6년간 메이저 4승을 포함해 21승을 거두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의 골퍼로 명성을 쌓은 박세리지만 '성벽(性壁)'에 도전하는 일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세리의 LPGA 라운드당 평균 타수는 70.10타로 투어 전체 선수들 가운데 3위. 또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268.7야드)와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28.97개) 4위, 아이언샷 그린적중률(72.1%)은 전체 5위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전장이 7,030야드인 남자 티(백 티)에서 경기를 치를 때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그동안 6,600야드가 넘는 코스에서 경기해 본 경험이 전무한 박세리에게는 홀당 평균 30∼40야드 이상을 극복하는 일이 결코 간단치가 않다. 영상 메시지에서 내비쳤듯 쇼트아이언을 잡을 수 있는 홀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버디 기회를 노리기보다 파를 지키는 데 안간힘을 쏟아야 할 지 모른다.
한편 박세리의 소속사인 CJ측은 "상업적인 이벤트성대회에 세계적인 선수가 이용당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이번 박세리의 성대결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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