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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펜 건축전" 초대된 건축가 민현식·승효상/한국 "비움의 美" 세계건축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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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펜 건축전" 초대된 건축가 민현식·승효상/한국 "비움의 美" 세계건축 반하다

입력
2003.09.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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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축가 민현식(57·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씨와 승효상(51·이로제 대표)씨가 미 펜실베이니아대 건축학 대학원 초청으로 29일부터 10월10일까지 이 대학 마이어슨홀에서 건축전시회를 갖는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은 매년 세계적인 건축가를 지명해서 초대전을 열어왔는데 한국의 건축가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이 전시회가 끝나면 작품을 고스란히 옮겨 캐나다 마니토바 대학에서도 초대전을 갖게 된다.'비움의 구축 : 한국건축의 근대성'(Structuring Emptiness : Modernity in Korean Architecture)이라는 주제로 열릴 '민현식 승효상 작품전'에는 두 사람의 작품이 네 점씩 8점이 설계도, 사진, 모델 등의 형태로 소개될 예정이다.

일찍부터 두 사람은 '비움의 미학' '빈자의 미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전통 건축의 특징을 추녀나 기와 같은 외양이 아니라 가변적이고 열려있는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오늘에 되살리는 작업을 해왔다.

민씨의 작품으로는 성락교회, 대전대 기숙사, 부여 한국전통문화학교, 파주 출판유통센터가, 승씨의 작품으로는 동광감리교회, 대전대 문화관, 제주 4·3공원 계획이 소개된다. 양쪽 다 교회가 들어가게 된 것은 주최측이 '비움의 구축'이라는 주제가 종교적인 만큼 종교적인 건물을 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전시장부터 하나의 건축작품으로 꾸며진다. 벽면은 승효상씨의 개성 그 자체가 되어버린 녹슨 철판으로 꾸미고 바닥은 반투명 아크릴 판을 깔아 두 사람의 작품 세계를 극명하게 대조시킬 계획이다. 당연히 벽면에는 승씨의 작품이, 바닥에는 민씨의 작품이 자리잡게 되며 그 가운데를 두 사람이 같은 대학서 작업한 대전대 문화관과 기숙사 건물이 이어주게 된다. "벽은 어둡고 강하고 바닥은 조명이 환하게 비춰서 관객들에게 보는 충격을 줄 것"이라고 민씨는 설명한다. 두 사람은 서울대 건축학과 선·후배 사이로 우리나라 건축의 새로운 정신을 주창한 4·3그룹의 멤버이다. 모두 공간건축의 김수근 문하에서 배웠다.

민씨의 건축물로는 노동자들의 기숙사에 전원풍경을 끌어들여 1993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설계부문 우수상을 받은 신도리코 기숙사, 불이 나서 뼈대만 남은 건물을 혁신적으로 고쳐서 화제가 된 목포 문태고등학교 등이 유명하다.

승씨는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파주 출판문화단지의 코디네이터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축가. 2002년에는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이를 기념해 열린 그의 건축전은 입체적인 설치작업으로 한국에서 보기 드문 전시회로 화제가 됐다. 이때 건축전을 우연히 보고 매료된 네덜란드의 건축가가 라인강을 따라가면서 유럽 전역에서 똑 같은 전시회를 열겠다며 유럽에서 기금을 모으는 중이다. 내년 2월에는 일본 도쿄에서도 건축 초대전을 갖는다.

"돈 버는 건축을 해야 하는데 돈 들어가는 건축 전시회가 자꾸 생기니 걱정"이라는 선배의 우스개에 "글쎄 말입니다. 화가는 그림을 팔면 되는데 건축가는 버리는 데 돈이 더 든다"고 후배가 너스레를 떤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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