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미국에 왔다. 인터넷을 연결하려고 했더니 묵고 있던 호텔에선 전화 모뎀 밖에 안 된다고 했다. 전화로 접속하려면 우선 전화번호를 알아야 하고 접속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매니저에게 그 모든 것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준비하여 내 방으로 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 노트북 컴퓨터에는 전화모뎀이 아예 달려있지 않았다. 그녀는 시내 컴퓨터 가게에서 팔 거라고 했다. 전화모뎀이 해 봐야 얼마나 하겠냐며 시내에 나갔다. 가게의 점원은 "요즘 전화모뎀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흰 안 팔아요." 라고 말했다. 전화모뎀 사는 사람도 없는 나라의 호텔에서 왜 전화모뎀으로만 인터넷을 연결하는가? 그리고 왜 내 컴퓨터엔 그게 없는가? 화가 났지만 참았다. 매니저의 죄도, 점원의 죄도, 내 죄도 아니었다.돌아와서 매니저에게 말했다. "전화 모뎀 안 판다는데요." 매니저는, 아마 대형 쇼핑몰에서는 팔 거라고 했다. 그 대형 쇼핑몰이 어디냐고 묻자 그녀는 자동차로 20분만 가면 된다고 했다. "버스는 없나요?" 그녀는 친절하게 웃으며 버스는 안 간다고 했다. "전화 모뎀 때문에 차를 살 수야 없지요." 농담이랍시고 말하다가 문득, 그런 사람이 왜 없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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