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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이 난소암세포 파괴" 발표 배석년 교수·박래옥 연구원/"정액성분 "시저" 2년내 항암치료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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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액이 난소암세포 파괴" 발표 배석년 교수·박래옥 연구원/"정액성분 "시저" 2년내 항암치료제로"

입력
200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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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배석년(53) 교수와 박래옥(40) 연구원이 최근 '정액이 여성의 난소암 세포를 죽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큰 화제를 낳았다. 쉽게 말해 성 관계를 많이 하는 여성일수록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 통일산부인과 원장인 박 연구원은 2000년 초 불임 연구를 위해 난자가 들어 있는 주머니, 즉 난포(卵胞)에 정자가 파고들어가 수정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혹시 정자가 난소암 세포를 죽이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박 연구원은 한달음에 스승인 배 교수에게 달려가 이런 가설을 얘기했고 배 교수도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이렇게 의기 투합한 두 사람은 곧 바로 '정액 연구'에 착수, 3년 반이 넘게 연구에 매달린 끝에 놀라운 성과물을 내놓게 됐다. 이에 따라 자궁암, 유방암과 더불어 3대 여성암으로 분류된 난소암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연간 5,000여 명의 여성이 난소암으로 생사의 기로에 헤매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연구결과는 11월 17∼21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미국국립암협회(NCI), 암연구와 치료를 위한 유럽인 기구(EORTC) 등 3개 기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국제 암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배 교수와 박 연구원을 만나 연구과정과 결과의 의미, 향후 전망 등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어떻게 정액이 난소암 세포를 죽이는 것을 확인했나.

"우선 정액에서 정자만을 추출해 난소암 세포에 투여했는데 의외로 정자는 난소암 세포를 죽이지 못했다. 그래서 정액에서 정자를 뺀 정장액(精漿液)을 난소암 세포에 넣었더니 신기하게도 암세포는 죽고 정상세포는 멀쩡했다. 끓인 정장액을 주입해도 역시 난소암 세포가 죽었다. 이를 통해 열에 약한 단백질이 아니라 열에 강한 무기질이 난소암을 죽인다는 것을 알아내 항암작용을 하는 아연(Zn) 등으로 구성된 복합 물질을 만들었다."

-난소암 세포를 죽이는 복합 물질은 무엇인가.

"아연을 주성분으로 하고 단백질과 당류를 혼합해 만든 물질로, 이름은 각 성분의 머릿글자를 합쳐 '시저(CIZAR)'라고 명명했다. 현재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물질 특허도 출원했으며 올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임상실험도 신청할 예정이다. 이르면 2년 내에 정액 성분으로 만든 시저를 항암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과 난관수술을 받은 사람에게는 난소암 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없나.

"그렇지 않다. 난소암 세포를 죽이는 것은 정자가 아니라 정자를 뺀 정장액이다. 따라서 정관수술을 받은 사람의 정액에도 항암 효과가 있다. 또한 난관수술을 받으면 나팔관을 묶어 정액이 난소까지 가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실험 결과 정액이 직접 난소에 도달하지 않아도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액이 질벽으로 흡수돼 혈액 등을 통해 암세포를 죽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액이 다른 암세포는 죽이지 않는가.

"좀더 실험을 해보아야 정확히 알겠지만 쥐 실험 결과 시저가 유방암 세포를 비롯, 자궁내막암 세포, 대장암 세포, 뇌암 세포, 폐암 세포도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시저가 대부분의 암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성 관계를 많이 할수록 항암 효과가 있나.

"이번 연구결과 정액이 확실히 난소암 세포를 죽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다만 자궁경부암 조짐이 있거나 진행 중인 여성이 성관계를 많이 하면 오히려 암세포가 더 빨리 퍼지는 것으로 나타나 삼가는 게 좋다. 그러나 시저를 투여했을 때는 자궁경부암 세포도 죽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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