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의 재해 관련 TV 뉴스가 재해 예방적 기능 없이 사후 피해 소식에만 집중되는 관행이 이번 태풍 매미 보도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나왔다.TV는 속보성과 편재(遍在)성으로 인해 다른 어느 매체보다 재해 예방·대처 정보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방송영상산업진흥원 뉴스워치팀이 태풍 매미가 우리나라에 본격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9월11일 밤부터 울릉도를 거쳐 지나간 13일 사이의 KBS1, MBC, SBS 등 방송 3사 뉴스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태풍 루사 관련 보도에 이어 올해에도 TV 뉴스는 태풍 피해상황 전달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경보가 발령된 11일 밤부터 방송 3사는 태풍관련 자막방송을 내보내고 정규 프로그램 사이에 기상특보를 편성해 내보냈다. 그러나 KBS1이 12일 오후 3시15분 정규편성 대신 재해방송을 시작한 반면, MBC는 13일 새벽 3시5분, SBS는 13일 오전 6시에 뒤늦게 재해방송으로 전환했다. MBC는 태풍이 내륙을 빠져나간 이후, SBS는 태풍이 내륙을 빠져 나와 울릉도를 관통한 이후 재해 방송을 시작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TV 뉴스의 상당부분은 태풍 예상경로에 맞춰 피해요령, 대처방안을 알려주는 예방적 보도보다 태풍 피해보도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일찍 재해방송을 시작한 KBS1의 경우에도 태풍이 내륙을 관통하면서 집중적으로 피해를 낳은 13일 새벽까지 피해보도가 41건(30.4%), 피해상황을 종합한 종합보도는 64건(47.4%)으로 집계되는 등 방송 3사 모두 예방적 보도는 크게 부족했다.
태풍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같은 내용을 내보내고, 정보성 보도보다 구체적 자료나 근거 없이 태풍상황을 전하는 스케치성 보도가 많았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KBS1과 SBS의 경우 정보성 보도가 각각 189건과 28건으로 205건과 70건을 차지한 스케치성 보도에 못 미쳤다. 특히 TV 뉴스는 태풍의 진행 상황에 따라 해당 지역에 적합한 대처요령 등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러나 울릉도의 경우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는데도 KBS1은 울릉도가 태풍 이동경로에 있음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고 MBC와 SBS는 태풍이 지나간 후에야 이 소식을 다뤄 울릉도 지역의 피해예방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뉴스워치팀의 송종길 책임연구원은 "방송 3사의 재해 관련 TV뉴스가 피해 예방과 대처에 필요한 방재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해당 지역에 전달하는 데 실패하고 사후 피해소식에만 집중되는 관행이 태풍 매미의 경우에도 그대로 되풀이됐다"며 "방송사의 재해·재난 관련 전문인력 확보 및 재해방송과 관련한 지역방송사의 자율적 편성권 보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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