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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형 위장병 "경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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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형 위장병 "경보음"

입력
200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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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위식도 역류, 대장암 등 소위'서구인의 질병'이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매우 흔한 위장병의 발병 패턴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1996∼2002년 삼성서울병원의 상부 소화기질환 환자를 조사해보면 위식도역류 환자가 96년 890명에서 2002년 5,794명으로 무려 6.5배나 늘었다. 위암,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기능성 소화불량을 포함한 전체 환자 중 차지하는 비율도 6년새 10.6%에서 21%로 늘었다. 전체 환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기능성 소화불량에 이어 두번째로 흔한 질병이 돼 버렸다.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전문의들은 "기름진 식사 등 서구화한 식습관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기름진 음식과 밤참… 위식도 역류 늘어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용찬 교수는 "가슴이 화끈거리거나 음식물이 목까지 넘어오는 위식도 역류는 우리나라 사람에겐 거의 없는 질병으로 취급됐으나 최근에는 환자 자신이 병명을 거론하며 증상을 호소해 의사가 놀랄 정도"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위식도 역류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며 진단이 확대된 면도 있겠지만 육류와 기름진 음식, 과식하는 습관 등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름진 음식은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 압력을 떨어뜨려 역류를 일으킬 수 있다. 술을 마시고 토하는 습관도 치명적이다. 토하면 알코올 흡수는 줄어 덜 취하겠지만 위와 달리 보호막이 없는 식도는 위산에 손상돼 역류성 식도염을 앓게 된다. 토하는 것이 잦을수록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느슨해져 더욱 잘 역류한다. 위식도 역류 환자에겐 술, 담배, 밤참, 초콜릿, 박하, 식후 바로 눕는 습관이 모두 금기사항이다.

재발하는 소화불량… 약보다 식습관 따져야

무역 회사를 다니는 이모(26·여)씨는 평소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돼 소화제를 자주 먹었다. 얼마 전부턴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찬 느낌이었다. 내시경 검사 결과는 정상. 처방받은 운동개선제로 한 달은 잘 지냈지만 다시 한 달이 지나 똑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문제는 이씨의 식습관.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포만감을 즐기도록 배불리, 빨리 먹으며, 저녁은 회식이다 약속이다 해서 주로 고기를 찾았던 것. 그는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고 저녁을 조금만 먹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좋아졌다.

사실 식습관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위장병이 이와 같은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속이 불편해 궤양이나 위무력증이 아닐까 고민하는 환자들도 진찰을 받아보면 흔히 소화불량으로 확인된다.

한솔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조 과장은 "폭식을 하면 위가 과도하게 팽창하며 기능이 떨어져 만성적인 소화불량이나 위식도 역류를 낳기 쉽다"며 "위에 별 문제가 없으면서 계속 재발하는 만성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는 식습관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찬 교수는 "소화불량이 자주 재발하는 경우 자신이 먹은 식단을 일지로 기록해 어떤 식품이나 식습관이 문제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위암은 정기적 내시경 검사가 더 중요

반면 만성 위염은 식습관과는 큰 관련이 없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이 주요원인으로 여겨진다. 또 위염을 치료해도 소화불량은 여전한 경우가 흔하다. 위·십이지장 궤양도 자극적 음식, 술, 담배 등이 악화요인이기는 하지만 이보다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를 장기복용하거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많다.

위암의 경우 짠 음식, 탄 음식과 방부제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준행 교수는 "소금 섭취가 많은 동아시아, 바비큐나 훈제음식을 많이 먹는 아이슬란드, 일본에 위암 발생이 많은 것에서 이러한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술은 최근의 대규모 연구 결과 위암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위암 예방에는 2년마다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발견만 되면 수술도 간단하고 생존율이 90%를 넘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위장을 튼튼히 유지하기 위해선 어떤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천천히 먹고, 규칙적으로 먹으며, 과식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 이럴땐 이렇게 먹어라

"콜라 마셔도 되나요?""무가 위에 좋다는데 사실인가요?" 위장병 환자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먹으면 좋은 것과 먹으면 안되는 것을 알고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상식 중에는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거나 잘못 알려진 것이 많다.

속이 쓰리면 죽을 먹어라? 과거엔 소화성 궤양 환자에게 죽을 먹고 우유를 많이 섭취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최근엔 세끼 밥을 먹도록 하며 약간의 주스, 커피, 매운 음식조차 큰 해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유의 경우 칼슘이 위산분비를 자극해 속쓰림에 좋지 않다.

피를 토하면 잘 먹어라? 급성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출혈이 있었다면 3일은 금식하며 위를 쉬게 해야 한다. 음식이 위산 분비를 자극해 출혈이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안된다? 의학적으로 별 근거는 없다. 사실 소화가 잘 되고 안 되는 음식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각자의 경험을 중시하는 수밖에 없다.

설사에도 채소가 좋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의 증상은 변비형과 설사형으로 나뉜다. 변비 환자에게 섬유소가 많은 채소가 좋다는 것은 상식. 그러나 설사환자들에게 채소를 먹으라면 의아해 하는 경우가 많다. 섬유소를 섭취하면 대장의 내용물이 많아지고 장 속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수분이 흡수돼 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위를 보호하는 음식 없나 양배추나 브로콜리의 성분이 위를 보호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정확한 의미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는다는 것. 위에 좋은 음식을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비타민이 풍부한 신선한 녹황색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위암 발병을 낮추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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