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을 통해 유명 대기업 상시채용 코너에 입사지원서를 3차례 제출한 K대 지방캠퍼스 정모(28·경영학과)씨는 찝찝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출신 학교란에 모두 서울과 지방캠퍼스를 구분해서 고르도록 돼있었기 때문. 정씨는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본교와 분교의 차별조항을 삭제토록 권고했는데도 기업들이 고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서울과 지방에 2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대학들의 해묵은 '분교' 논란이 다시 쟁점화되고 있다.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지방캠퍼스에 다니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입사 지원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학내 문제로 비화하기도
K, Y, C, H대 등 서울과 지방에 동일학과가 중복돼 운영되는 학교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 지리적인 위치만 다를 뿐 양 캠퍼스가 계열 분리돼 운영되고 있는 학교의 지방캠퍼스 학생들은 특히 불만이 높다. 경희대의 경우 지난달 초부터 수원캠퍼스의 '분교 논란'이 확산, 급기야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문을 띄우는 '온라인 릴레이 운동'으로 발전해 지금까지 400여 개의 글이 올라왔다. 발단은 이 학교가 1979년 수원캠퍼스 설립 당시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분교 설치인가를 받았다는 사실이 학생들 사이에 알려지고 나서부터.
학생들은 "일부 학과가 중복된 점을 제외하고는 서울캠퍼스와 수원캠퍼스는 완벽히 계열 분리되는 등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 "분교라는 법적 문구로 수원캠퍼스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등 불만에 찬 주장들을 쏟아내고 있다.
수원캠퍼스 총학생회에서도 구성원간 감정만 상하게 하는 소모적인 분교 논쟁을 끝내기 위해 새 학기 들자마자 공식적으로 학교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학교 관계자도 "양 캠퍼스는 학사행정은 물론 재정도 독립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만큼 본교, 분교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그러나 문제가 심각하므로 앞으로 기업이나 입시기관에 이를 분리해서 취급하지 말도록 적극 홍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분교 꼬리표는 마이너스 요소
이처럼 지방캠퍼스 학생들이 분교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실력은 별 차이가 없는데도 취업시 '분교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불이익을 받기 때문.
유명 외식업체인 A사 인사팀장은 "올해 초 정부의 권고로 공식적으로는 본교와 분교 구분을 하지 않고 있지만 요즘같이 입사 지원자가 많은 시기에는 본교생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교생은 아예 뽑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원서에 본교와 분교를 구분해 명시, 차별을 두는 기업도 여전히 많다. 식품업체 B사 관계자는 "채용시 본교와 분교 여부를 확인하고 차이를 두고 있으며 분교의 경우 본교와 똑같이 취급하기 보다는 중위권 대학이나 지방대 정도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업체 C사 인사담당자는 심지어 "본교와 분교 학생을 똑같이 보는 회사도 있냐. 엄연히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차등 구분을 당연시했다.
취업 포탈사이트 스카우트 김현섭 사장은 "정부에서 본교와 분교의 차별조항 삭제를 권고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대학에서도 지방캠퍼스의 교육 수준을 높여 서울캠퍼스와의 차이를 줄여 나가고, 졸업증명서 등에 구분 표시를 두지 않는 등 좀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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