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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이곳은 / 한양대 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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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이곳은 / 한양대 사자상

입력
2003.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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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조모(29)씨는 6년 전 여름 한양대 사자상에 얽힌 추억만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당시 사법고시 2차 시험을 앞두고 있던 그는 달빛이 고운 6월 어느날 밤 망치와 정을 들고 한양대 본관 앞 사자상에 올랐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그가 '연장'을 들이댄 곳은 다름아닌 사자상 송곳니. 그러나 그는 한밤에 울려 퍼지는 망치소리에 놀라 달려온 경비원에 의해 뜻을 이루지 못하고 끌려 내려와야 했다.조 변호사가 '송곳니 절취'를 시도한 이유는 같이 공부하던 고시 준비생 사이에 파다하게 퍼져있던 '사자상 송곳니를 가지면 사시에 붙는다'는 속설 때문. 당시 시험에 떨어지면 군입대를 각오해야 했던 그는 "사자상 송곳니를 뽑아 부적처럼 지니고 있던 선배가 사시에 붙었다는 소문을 듣고 절박한 마음에 '범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사자상 송곳니를 뽑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 해 시험에 보란 듯 붙어 오랜 꿈이던 변호사가 됐다.

한양대 본관 앞에 위용을 뽐내고 서 있는 사자상은 1966년 15회 졸업식을 기념해 공대 졸업생들이 100만원을 들여 제작한 것으로 높이 3m, 폭 2.5m의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대학측에 따르면 사자상은 '밀림 속을 포효하는 사자처럼 삶의 세계를 포효하며 개척하는 젊은 한양인'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크로폴리스를 본 따 지은 본관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유럽풍의 정원과 어우러져 멋들어진 경관을 연출하는 사자상은 주머니가 가벼운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또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한양대 사자상은 지금도 '이빨 빠진 사자'로 남아있다. 8월 송곳니를 새로 붙여 넣었지만 어느 틈에 누가 또 뽑아간 것. 한양대 시설관리과 관계자는 "정말 소문대로 고시 준비생들이 시험에 붙기 위해 뽑아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1년에도 3, 4차례 사자상 송곳니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양대 홍보실 관계자는 "보수하는데 드는 비용과 노력이 만만치 않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 학교 학생들이 고시에 많이 붙는다면 좋은 일 아니겠느냐"며 "그 덕분인지 해마다 한양대 출신 고시 합격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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