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벌 총수는 자신과 친·인척이 가지고 있는 지분보다 평균 20% 가까이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외이사의 이사회 참석율은 69%에 불과하며, 의안 찬성률은 99%에 달해 사외이사들의 경영감시 기능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기업과 지배주주와의 거래에 관한 안건의 경우 사외이사의 참석율이 37%에 불과했다.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가 정부의 시장개혁 태스크포스(TF)에 공식 제출됐다고 밝혔다. KDI 보고서는 재벌의 소유·지배 구조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최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출자총액 규제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내용의 서울대 용역보고서와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KDI는 이 보고서에서 37개 기업집단의 지배주주 지분(일가 포함)과 의결권 실태를 분석한 결과, 평균 18.6%포인트의 괴리가 있다고 밝혔다. 총수의 지분이 4%라면, 계열사간 얽히고 설킨 출자관계를 통해 의결권은 22.6%나 행사한다는 얘기다.
KDI는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 제도 등 내부통제시스템과, 공시제도·외부감사제도 등의 외부통제시스템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이 같은 재벌 총수의 적은 지분을 통한 높은 의결권 행사 때문에 시장의 교정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KDI가 증권사 애널리스트, 상장사 사외이사, 회계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95%가 최고경영자(CEO) 등 사내 등기임원에 대한 임용이 그룹 총수나 구조조정본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또 해당기업과 지배주주 등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이사회 논의와 관련, 응답자의 75%가 심도 있는 토론 없이 형식적 논의만 거쳐 통과시킨다고 밝혔다.
KDI는 이에 따라 출자총액에 대한 상한을 없애거나 대폭 완화하게 되면, 지배주주는 자신이 현금을 출자하기 보다는 계열사간 출자를 늘려 안정적 지배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고, 이 경우 내부거래에 따른 소액주주들의 이해침해, 내외부 감시기능의 실효성 저하 등의 문제가 심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 같은 보고서 내용과 시장개혁 TF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달말 시장개혁 3개년 개혁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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