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기간에 나는 처가 식구들과 금강산 육로 관광을 다녀왔다. 우리는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강원도 고성으로 향했다. 그 곳에 있는 금강산 콘도(이름 때문에 처음에 나는 거기서 2박3일을 보내는 줄 알았다)에서 현대아산 버스로 갈아탔다.민통선을 지나 북쪽으로 들어갔을 때 마치 로봇처럼 서있는 북한 군인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나중에는 익숙해 졌지만, 키가 작고 체격도 왜소해 영양부족으로 충분히 자라지 못한 사람들로 보였다. 키가 크고 훤칠하게 잘생긴 남쪽의 청년들 하고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우리는 손을 흔들며 반가워 했지만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해금강 호텔 앞에서 우리는 번호순서 대로(초등학교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두 줄로 서서 입국심사를 받았다. 예상대로 유니폼을 입은 북쪽직원은 내 여권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서투른 영어로 "Where do you live?" "What are you doing in Seoul?"하며 꼬치꼬치 질문을 해댔다. 내가 한국말로 대답하자 그제서야 씩 웃으며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고 나는 갑자기 그가 인간으로 느껴지며 친근감이 들었다.
이튿날 우리는 비가 오는데도 구룡산 폭포를 구경했고 그 다음날에도 비를 맞으며 만물상을 찾았다. 우렁찬 소리를 내며 쏟아지는 폭포와 너무나도 아름다운 산의 모습에 나는 다른 한국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산이 완만하고 폭포가 거의 없는 호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서울로 돌아올 때는 많은 비로 길이 유실되어 버스가 약 2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우리는 내리지도 못하고 창문도 열지 못한 채 차 안에 갇혀 있었다. 한 꼬마가 창문을 열자 북쪽 군인이 호각을 불며 문을 닫으라고 소리쳤다.
내가 느낀 북쪽은 정말 커다란 하나의 군대 같았다. 모든 사람들은 군인들에 의해 통제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관광객들은 북쪽 군인들이 내뿜는 적의(?)에 기가 죽어 불평이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가 남쪽으로 오자마자 목소리도 커지고 질서도 지키지 않고 서로 떠미는 등 다시 무질서 상태에 빠졌다.
나는 이번 여행 전에는 한국인들의 이런 점에 짜증을 냈으나 그 순간에는 그런 혼돈과 무질서조차도 훈훈한 인간미로 느껴져 차라리 반가운 심정이었다. 나라면, 그 거대한 군대보다는 이 무질서를 즐거이 선택하고 싶다.
크리스토퍼 로렌스 호주인 비즈니스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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