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이나 만성폐쇄성 폐질환은 기도가 막히면서 기침이 나고 호흡곤란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이런 병에는 먹는 약보다는 기관지와 폐에 바로 들어가 작용하는 흡입제가 훨씬 효과적이다.흡입제의 장점은 무엇보다 약효가 빨리 나타나고 전신흡수가 되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는 것. 발작이 일어날 때 막힌 기도를 바로 확보해주지 않으면 생명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는 천식 환자에게 흡입제는 적은 양으로 수분내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또 장기간 약을 처방받아야 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에게 흡입제는 꼭 필요한 신체 부위에만 작용, 불필요하게 복용약이 우리 몸 구석구석에 퍼지는 것을 줄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은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한 탓인지 흡입제나 스프레이형 약제 사용을 거부한다.
내과전문의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손지웅 이사는 "외국의 경우 흡입제와 경구용 약의 사용 비율이 7대3 정도로 흡입제 사용이 많으나, 국내에서는 1대9 정도로 먹는 약 복용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이미 국내에서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아스트라제네카, 유한양행, 한국얀센 등 많은 제약사에서 천식 비염 만성폐쇄성폐질환 독감 등의 치료제를 흡입제 형태로 선보이고 있지만, 경구약에 밀려 의사도 환자도 부담스러워 하는 실정이다.
GSK의 환자교육 전담 간호사 김은아씨는 "진료일정에 쫓겨 흡입제 사용법을 환자 개개인에게 교육시키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의료진이 많다" 면서 "심지어 정확한 사용법을 모르는 의료진도 많다" 고 말했다. 교육시키는 것도, 교육받는 것도 싫어하다 보니, 많은 환자들은 흡입제를 '죽기 직전에 쓰는 약'쯤으로 알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법을 잘 알지 못하니 설사 흡입제를 사용하더라도 잘못 이용하는 환자도 많다. 김 간호사는 "흡입제에 대한 개념이 없어 훅 빨아들여야 할 약을 입에 뿌리곤 꿀꺽 삼키거나, 약이 자동으로 들어가는 줄 알고 입안에 분무된 약을 머금은 채 가만히 있는 등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는 환자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딱풀이나 소형우주선, 납작한 원판 모양 등 약 같지 않은 현란한 각종 흡입제 용기를 보고, 못미더운 심정을 비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장난감 같은 약 말고, 먹는 약으로 달라'고 불평하는 환자도 종종 있다는 것.
김 간호사는 "일부 환자들은 흡입제 분말을 잘못 들이마셔 혹시 사래들리는 게 아닐까 염려하지만, 분말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그런 염려는 하지 않다고 된다"고 말했다.
/송영주 의학전문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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