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출범으로 시작된 검찰개혁은 이제 검찰감찰권 문제로 국면전환을 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두 가지 측면에서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첫째는, 나름대로 정치권력에 대한 대립각을 설정해 권력에 굴종하던 구태와 결별하고자 하는 모습이며, 둘째는 인사 혁신을 통하여 연공서열제·계층제로 경직된 내부구조에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확보해 나가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하지만, 이 변화는 정치과정에서 형성된 외부적 충격과 강제에 의해 야기된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검찰 내부의 자각과 자성에 의한 자기혁신의 시도가 아니라 법무장관 등 정치권의 개혁프로그램에 따른 것이거나 그에 대한 직·간접적인 반응인 것이다. 그래서 외부적 충격의 지속여부에 따라 검찰의 변화 또한 요동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검찰감찰권의 법무부 이관안은 법무부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이 검찰개혁의 추진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는 의지로 읽히기도 한다. 실제 우리 형사사법체제에는 검찰을 실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 기소편의와 기소독점 제도는 법원의 재판에 의한 검찰통제에 한계를 주며, 검찰의 사법기관적 성격은 그것의 권한행사를 각종 외부 감사장치로부터 자유롭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가 감찰권을 가지는 것은 검찰권력에 대하여 나름의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고 소위 검찰의 파쇼화를 막는 제도적 장치로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검찰인사권과 더불어 검찰개혁의 딜레마 즉,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에 대한 국민적 통제 사이의 갈등이 야기하는 틈새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환언하자면 이 권한들을 정치기관인 법무부가 장악할 경우 과거처럼 정치권력이 검찰조직에 흘러 들어가 검찰의 정치적 종속을 야기하는 통로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래서 사실 감찰권 문제는 검찰개혁의 본질적 문제와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 엄밀히 보자면 그것은 검찰권력과 정치권력이 교차하는 접점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에 불과한 것으로, 이 접점에서 대면하는 두 권력의 성격과 그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그것은 권력에 대한 패러다임의 문제가 아니라 미시적 아이디어의 문제이기 때문에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가령, 감찰권을 이원화하여 제1차 감찰권을 대검찰청이 가지되, 내부고발 또는 불복이 있거나 중대사건인 경우 법무부에 소속된 감찰위원회가 제2차 감찰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법무부가 감찰권을 행사하는 대신 하위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검찰총장에게 위임하는 방안은 두 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요컨대, 감찰권 문제는 우리 검찰이 과거에 쌓았던 업보와 원죄로 인한 국민적 불신의 발현일 뿐, 검찰개혁이라는 거창한 표제 하에서 마치 개혁파와 보수파의 필연적 대립점인 양 치장할 일이 아닌 것이다.
정작 문제는 우리 검찰권력의 속성에 대한 본원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 검찰구조는 관료주의적 다단계 계층제와 법조관료제가 결합되면서 대검찰청을 정점으로 철저한 폐쇄구조를 이루고 있어 그때 그때의 정치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정치화, 권력화할 수 있는 소지를 안고 있다. 최근의 개혁노력으로 검찰의 정치적 종속성이 치유되고 있다고 한다면, 향후의 개혁과제는 이 폐쇄적 계층구조를 혁파함으로써 국민에 군림하는 검찰권력 그 자체를 민주화하는 데에 집중되어야 한다. 검찰개혁의 본원적인 화두가 감찰권 논란이란 '이슈'에 의해 희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 상 희 건국대 법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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