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초청으로 19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수환(金壽煥) 추기경, 평화포럼 이사장 강원용(姜元龍) 목사, 송월주(宋月珠)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교계 원로들은 노 대통령에게 이라크 파병과 관련, 유엔 결의하의 다국적군 또는 평화유지군 구성을 전제로 비전투병을 파병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종교계 원로들은 이와 함께 언론 등 비판 세력을 품을 것과 정치권과의 대화 정치 복원 등을 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노 대통령은 종교계 원로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 자리에서 이 같은 건의를 받고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신중하게 판단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노 대통령은 언론 등 비판세력 수용 문제에 대해선 “신중하게 해나갈 것이고 5년간 꿋꿋하게 원칙을 지켜나가면 잘못된 관행이 고쳐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강 목사는 이라크 파병 문제와 관련, “이라크에 대량 살상무기도 아직 없었고 알카에다와 후세인이 연계됐다는 증거도 없어 이라크전은 베트남전보다 더 명분이 없다”면서 “대통령은 양자택일을 하지 말고 유엔 결의하의 다국적군에 포함되는 비전투병으로 절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도 ‘유엔 평화유지군내의 비전투병’을 제안했고 송 전 총무원장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어 송 전 총무원장은 “대화정치를 복원하고 일부 언론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당부했고 김 추기경은 “언론사주도 만나 풀 것을 풀고 비판세력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목사는 “정부보다 무서운 게 언론이어서 횡포를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이 앞에 서지 말고 제도적으로 바로잡는 방법을 찾아 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서는 원칙적 얘기만을 해왔다”면서 “포용은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것인데 나는 강자가 아니며 (언론의) 특권은 인정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요즘 일의 어려움보다는 분신이나 자살 등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는데 대해 마음의 부담이 있다”며 “게임의 규칙이나 시스템 바깥에서 극단적 요구들이 있는데 이해는 가지만 수용은 못하고 그래서 속이 탄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또 김 추기경은 “사형제와 감호제도를 폐지ㆍ개선해 달라”고 요청했고 노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그런 문제는 법무부가 검토하는 사항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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