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요절한 영화감독 고 조은령씨의 남편 김명준(촬영감독·33)씨가 아내가 미처 끝내지 못한 영화의 연출을 맡아 완성작을 내놓기로 했다. 18일 오후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서 열린 고 조은령 감독 추모영화제에서 김씨는 "우리 둘을 맺어준 뜻 깊은 작품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고인의 미완성 유작 '프론티어'의 제작 계획을 발표했다.미 뉴욕대를 나와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칸 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영화 '스케이트'를 진출 시키는 등 촉망 받던 조은령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프론티어'를 준비하던 지난 4월 목욕탕에서 실족, 3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꽃섬'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촬영감독 출신인 김씨는 당초 아내의 유작 완성에 대한 확신이 안 섰다. 그러던 중 일본을 방문하면서 고인에 대한 동포들의 생각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욱이 '프론티어'는 아내와 만난 계기가 된 작품이고 신혼시절의 추억이 서려있다는 점이 김씨의 마음을 움직여 결심하게 했다.
'프론티어'는 일본 조총련계 조선학교를 배경으로 분단의 민족적 아픔과 따뜻한 인간애를 그리는 내용으로, 죽은 조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기획한 장편영화다.
영화는 조 감독이 숨지기 전 기독교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후원키로 한 2,000만원의 지원금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김씨는 연말까지 보충 취재를 해서 내년 봄부터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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