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완 글·양상용 그림 한길사 발행·8,000원 초등 전학년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 상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부모님과의 갈등, 학교 성적, 친구들과의 다툼, 이성에 대한 호기심….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등장하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세태에 따라 새롭게 생기는 고민도 있다.
주로 외국 동화나 그림책을 번역하다가 창작 동화를 쓰기 시작한 젊은 작가 이소완씨는 그런 어린이들의 문제 상황 세 가지를 소재로 단편 동화를 썼다. 책에는 부모의 별거 때문에 겪는 아이의 고통('잃어버린 겨울 방학'), 학교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면서 생기는 친구끼리의 의심('만우절연극'), 할머니의 죽음 앞에서 곤혹스러워 하는 아이의 모습('할머니 모자')이 그려져 있다.
이런 소재를 다룬 동화야 흔하지만 이 단편집에서 눈여겨볼 점은 아이들의 내면 움직임을 포착해내는 작가 특유의 방식이다. 작가는 아이의 행동이나 속마음의 흐름에 매우 집중해서 글을 썼고, 그래서 유난히 울림이 강하다.
특히 '잃어버린 겨울 방학'은 어머니가 아버지와 별거하기 위해 시골 외갓집에 가 있는 동안 초등 6학년 아이가 겪는 외로움, 그 아이가 외갓집으로 어머니를 찾아 가면서 겪는 두려움 등을 이혼을 결심한 듯 아이에게 서울로 돌아가라고 매정하게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대비시킨다. 별거 상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생략해 한편으로 작품이 식상한 소재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효과도 내고 있다.
'만우절연극'에서 단짝인 초등 6학년 태수와 경태가 교실 내 도난 사건 때문에 금이 간 우정을 회복하는 과정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친구와 겪는 갈등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전범을 제시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물건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취미에 푹 빠져 있는 경태가 시계를 분해해 보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저도 모르게 태수의 새 전자시계를 훔치게 되고, 경태를 의심하다가 결국 물증을 잡고 무척 실망하는 태수. 하지만 만우절에 마련된 조별 연극 경연에서 경태가 연극을 빌려 용서를 구해 둘이 화해하는 과정을 사실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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