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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죄

입력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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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매큐언 지음·한정아 옮김 문학동네 발행·1만원언니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다. 동생의 오해 때문이다. 동생이 강간범으로 지목한 남자는 전장으로 끌려가고, 연인을 떠나보낸 언니는 집을 나간다. 잘못을 깨달은 동생은 끔찍한 죄의식으로 괴로웠다. 속죄하려는 마음에 언니를 찾아갔다가, 함께 사는 두 사람을 만났다. 어린 소녀의 못된 장난도, 세상을 뒤엎을 것 같던 전쟁도 사랑하는 연인을 갈라놓지 못했다. 이제 동생은 안도해도 되는 걸까.

이언 매큐언(55·사진)의 장편 '속죄'의 제3부까지의 내용이다. 50년을 건너뛴 마지막 장면은 짧지만 가슴을 후려치는 반전이다. 동생은 작가가 됐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범죄가 있었다. 그러나 그 곁에는 사랑하는 두 사람도 있었다. 연인들과 그들을 위한 행복한 결말.' 해피엔드는 그러나 소설에서만 일어난 일이다. 젊은 연인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 남자는 전쟁터에서 죽었고 언니는 폭격으로 죽었다. 작가가 된 동생은 자신의 잘못을 소설로 고백하는 것으로 속죄하고 싶지만, 그의 원고는 수없이 고쳐지기만 할 뿐 아직껏 출판되지 않았다.

부커상 수상작가인 이언 매큐언은 발표하는 작품마다 엽기적 폭력과 도착적 섹스를 소재로 삼아 비난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 작가다. 그의 최근작 '속죄'를 읽는 것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만큼 내용 전개가 흥미롭고 묘사가 섬세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당신이 읽고 있는 것은 끝까지 세상에 밝혀지지 않았을 이야기"라는 작가의 속삭임이다. 그것은 매큐언의 다른 작품보다 폭력적이다. 진실이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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