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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리뷰 /빚더미 일가족 6명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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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리뷰 /빚더미 일가족 6명 자살

입력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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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을 죽음으로 내몬 주범은 돈입니다."지난 16일 경남 밀양시 삼랑진읍의 한 여관에서 발생한 일가족 6명 자살사건은 20대의 장성한 자녀들까지 한꺼번에 죽음을 택했다는 점에서 충격과 의문을 동시에 던져 주었다.

전남 여수에 사는 송모(48)씨가 부인(46)과 23세, 19세, 18세의 세 딸, 그리고 아들(16)과 함께 여관에 도착한 시간은 16일 오전. 이들은 주인도 없이 문이 열려 있는 여관으로 몰래 들어가 여장을 풀었다. 이어 미리 준비한 유서를 꺼내놓은 채 농약에 수면제를 타 1회용 종이컵 6개에 나눠 마셔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9남매(8남1녀)의 장남인 송씨는 여수에서 2000년 6월 아파트 상가를 분양받아 마트 문을 열었다. 30평 규모의 마트에 온 식구가 매달렸다. 2001년 5월에는 이리저리 돈을 빌려 가게를 확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트 인근에 들어선 대형할인점에 손님을 뺏겨 운영난을 겪으면서 '빚과의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송씨는 형편이 넉넉지 않은 형제들로부터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끌어 쓰고 빚을 막기 위해 가족명의로 29개의 신용카드까지 발급받았지만 부채는 어느새 수억원대로 불어났다.

빚은 아버지 만의 문제일 수는 없었다. 간호사인 큰딸은 물품자금 마련을 위해 1,500만원의 빚을 져 월급이 가압류돼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대학생인 다른 두 딸은 생활고로 휴학을 해야 했다.

'가정 부도' 사태에 직면한 송씨는 결국 부친의 제사를 이틀 앞둔 지난 3일 "아버님 제사가 모레인데 장남이 중대한 결단을 내린 것을 용서하십시오…"라는 유서를 쓰고 극단적인 일가족 동반자살을 결심했다.

이웃들은 "사채업자들로부터 심한 협박을 받은 자식들이 부모를 따라가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집을 나선 이들이 16일 밀양에 오기까지의 여정은 알 길이 없지만 송씨는 바로 아래 남동생과 여동생이 살아 수차례 빚 구걸을 다니면서 낯이 익은 부산 인근을 자살여행지로 택했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비보를 접하고 몰려든 8명의 송씨 동생들은 "(돈)없이 사는 우리들이 형님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이웃들도 "모두 내성적이면서 온화한 성품을 가진 순박한 사람들인데 돈이 죽음으로 몰고 갔다"면서 안타까워했다.

/밀양=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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