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대 규모의 콘서트는 1872년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지휘한,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보불전쟁 종전 축하 음악회였다. 당시 경기장에는 1만명의 오케스트라, 2만명의 합창단, 100명의 부지휘자가 동원됐다. 거대한 스케일이었지만 이 공연은 음악사적으로 인정을 받지도 못했고, 시대의 트렌드를 이루지도 못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가끔 언급될 뿐이다.비 때문에 하루 연기돼 19일 저녁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개막한 초대형 야외 오페라 '아이다'를 본 소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끼리하고 낙타만 잘 나오면 돼요." '아이다' 제작 관계자는 조명을 염려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오페라의 관점에서 본 기자와 쇼 이벤트로 생각한 주최측의 시각의 차이였다.
'아이다'는 예상대로 스펙터클이었다. 그러나 4막 7장으로 구성한 베르디가 원래 의도한 4막의 사원과 지하감옥이 함께 등장하는 장면에서 에티오피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비극적 사랑의 하이라이트는 없었다. 말과 낙타, 코끼리 등 70여 마리의 동물과 600여명의 군사들이 트랙을 한바퀴 도는 2막의 개선 행진곡 장면의 '동물쇼'가 우선이었다. 더구나 동물들이 행진하는 트랙 바깥 쪽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설치하지 않았다. 볼거리도 좋지만 관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낳았다.
엘튼 존이 음악을 맡은 뮤지컬 '아이다'도 개선 행진곡보다는 사랑 이야기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볼거리' 위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공연 기획사의 자유다. 문제는 스펙터클의 질이다. 스펙터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개선 행진 장면은 문제가 많았다. 연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정연하게 행진도 못하는 동물들과 힘없이 행진하는 엑스트라로 구성된 군대를 보며 에티오피아와의 대전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이집트 군단은 연상되지 않았다. 완성도가 높았던 이탈리아 파르마 극장 프로덕션의 무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물론 돋보이는 점도 있었다. 무대 양 옆에 스핑크스와 17m 높이의 오벨리스크를 설치하고, 무대 뒤편을 반사 재질을 이용해 실제 등장인물보다 많아 보이게 하는 '미러 시스템', 프랑스산 PG 프로젝션 시스템에서 4등분, 혹은 2등분되는 무대 뒤 벽면으로 뿜어내는 피라미드의 부조 등 50여 개의 영상 이미지는 다섯 번 이상 무대 배경이 바뀌는 이 오페라를 깔끔하게 만들었다. 아이다역의 소프라노 마리아 굴레기나, 라디메스역의 테너 주제페 자코미니, 암네리스역의 메조소프라노 마리아나 펜트케바 등은 안정된 가창력을 보여줬다. 가로 100m, 세로 25m의 거대한 무대가 별로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엄청난 규모를 빼고 '아이다'가 우리 공연계에 기여한 점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오페라 대중화를 내 걸었지만 중국이 2000년에 '아이다'를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올린 후 오페라 대중화가 촉진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애초에 유료 관객 40%만 넘기면 흑자가 가능하다고 주최측은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첫 공연에는 5만 좌석 가운데 2만석 정도만이 채워져 비관적 전망을 낳았다. 공연히 완성도가 높은 다른 공연들만 위축시켰다. 무대를 불태우는 등 스펙터클로 유명한 17세기 베네치아 오페라를 지금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쇼에 호들갑을 떠는건 순간일 뿐이다. 공연은 21일까지 (02)2004―8290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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