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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4,000만弗 보수 자기 배만 채웠다" 그라소 뉴욕증시 회장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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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4,000만弗 보수 자기 배만 채웠다" 그라소 뉴욕증시 회장 "퇴출"

입력
2003.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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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1억 3,950만 달러(1,65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난 리처드 그라소(57·사진)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이 17일 여론의 십자포화에 굴복, 사임했다.세계 최대 규모의 증시를 운영하는 NYSE의 그라소 퇴출은 금융질서를 어지럽게 했던 엔론, 월드컴사 파문처럼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차원에서 이뤄져 기업 최고경영층(CEO) 윤리 논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그라소 회장은 사임 압력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자 이날 긴급 이사회에서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사회는 즉각 임시회장에 캘리포니아 소재 법률회사 회장인 래리 손서니를 임명했다.

그라소의 사임은 그에게 등을 돌린 업계와 연방정부, 정계의 퇴출 요구로 급물살을 탔다. 지난달 말 그라소의 보수 공개 이후 NYSE의 감독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보수 책정 자료 제출을 NYSE에 요구하면서 사임압력을 가했고, 캘리포니아주 직원퇴직연금기금, 골드만 삭스 등 기관투자가들도 이에 동참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실질적인 공적 기관의 경영자인 그라소가 고객인 투자자들이 어려울 때 자기 배만 채웠다"고 주장했다.

또 미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 등은 "그라소는 증권시장의 도덕적 리더십을 세우기는 커녕 투자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비난해왔다.

파문은 지난달 27일 NYSE가 계약 연장을 앞둔 그라소의 보수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NYSE는 최근 8년간 그라소에게 퇴직적립금 5,160만 달러, 성과금 적립금 4,790만달러, 임원 저축계획에 따른 자금 4,000만 달러 등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3년간 NYSE 순이익 규모를 초과하는 것이었다. 특히 그라소의 연봉이 6년 동안 10배 증가하고, 성과금을 3중 계상한 흔적들도 드러났다.

이번 사임은 NYSE의 전반적인 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투자가들은 그간 낡은 거래 시스템, 투자 비밀 보장이 철저하지 않은 운영 방식등에 대해 불만을 표시해왔다.

그라소의 퇴출은 또 한명의 입지전적인 인물의 퇴장이기도 하다.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라소는 대학중퇴 학력으로 68년 NYSE에 입사, 27년 만에 CEO에 올랐다. 이후 그는 밑바닥부터 다진 카리스마로 NYSE를 개편,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여건을 개선하기도 했다. NYSE 개장 시 유명 인사나 화제의 인물들이 종을 쳐 증시 시작을 알리는 이벤트 역시 그의 작품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NYSE를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시켜온 그의 업적으로 볼 때 거액의 보수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반론을 펴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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