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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어린이 가슴에 희망을 시술했어요"/삼성서울병원 심장센터 이흥재 교수 선천성 심장병 5명에 "코리아 仁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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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어린이 가슴에 희망을 시술했어요"/삼성서울병원 심장센터 이흥재 교수 선천성 심장병 5명에 "코리아 仁術"

입력
2003.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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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만 하면 충분히 살릴 수 있는데 돈과 기술이 부족해 많은 베트남 아이들이 죽어갔다고 해요. 우리의 작은 도움으로 베트남 아이들도 선천성 심장병 공포에서 벗어난다면 더 바랄 게 없죠."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센터장 이흥재(57·사진) 교수는 지난 추석 연휴를 베트남 하노이의대 국립아동병원에서 보냈다.

병원에서 그를 기다린 사람은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던 베트남 어린이 5명. 이 교수는 한국에서 함께 떠난 7명의 삼성서울병원 선천성 심장병 수술팀과 힘을 합쳐 사흘 동안 어린이들을 차례로 수술했고, 이들은 다행히 모두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다. 베트남 국립아동병원에서 시행된 첫 선천성 심장병 수술이었다.

"지난 7월 우연히 하노이의대에서 연락이 왔어요. 2년 전부터 베트남 정부가 하노이의대와 함께 선천성 심장병 수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지 의료실력으로는 단독 수술이 무리라고 판단했답니다. 그래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심장병 수술 능력을 가진 한국 병원에 도움을 청한 거죠."

이 교수는 더욱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베트남 국립아동병원은 베트남 내에서 최고 수준의 의료기관이지만 심장병 전문의가 없어 환자를 치료하기가 힘든 상황이고, 호치민에 외국계 병원이 한 곳 있지만 수술비가 비싸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를 포기해 매년 속절없이 목숨을 잃어간다는 것. "지금 베트남은 바로 우리의 1960∼70년대 상황이예요."

이 교수는 "한 명을 수술해서 치료하는 것보다 치료 기술을 전수하는 것이 중요해 현지 의료진에게 심장병 수술 실습 교육까지 진행했다"고 말했다.

1964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 소아심장분야를 전공한 이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분야의 국내 권위자로 한국심장재단 이사까지 맡아 한국 내 어린이 선천성 심장병 환자 무료 시술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우리는 베트남에 뭔가 빚을 진 기분이잖아요. 이번 무료 수술이 한국인을 거칠고 매정한 사람으로 여기는 베트남인들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교수는 베트남에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치료 지원재단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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