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돌아서자 마자 금새 배가 고파지는 계절, ‘다이어트의 천적’ 가을이다. 군침을 돌게하고 눈길을 돌릴 수 없는 온갖 요리가 가을빛 거리를 산책하는 도시의 나그네들을 유혹한다. 떡볶이 김말이 만두 닭꼬치 핫도그 붕어빵 옥수수찐빵 호떡 같은 고전적 음식에 피자 빠스(고구마 맛탕) 다코야끼(문어빵) 케밥 버블티 같은 신종 메뉴까지…. 거리는 온통 먹거리로 넘실댄다.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초등학생의 군것질거리 정도로만 여겨졌던 거리 음식이 언제부턴가 웬만한 레스토랑 못지않은 화려한 메뉴와 맛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직접 재료를 공수하기도 하고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춘 체인 형태로 발전하기도 하면서 거리에 없어서는 안될 즐거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은 거리를 축제와 화합의 장으로 변화시키며 ‘스트리트 푸드(street food)’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게 한 계기. 또한 움직이면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젊은 ‘M(mobile)세대’가 도시를 활보하며 유행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도 거리 음식의 다양화를 부추기는 원동력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거리의 음식들이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움직이는 인간은 배가 고프고 먹거리 없는 가을 거리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황량하고 쓸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쯤, 살찔 걱정 접고 21세기 도시 유목민을 유혹하는 거리의 푸짐한 요리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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