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및 강원 일대를 휩쓴 태풍 매미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8일 서울과 경기와 강원 지역에 2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비는 이번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강원과 남부 지역에도 내려 복구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인천 강화군에서는 대청교 수문 11곳 중 3곳이 고장 난 상태로 방치돼 농경지 9만6,000여평이 물에 잠겼다. 피해 농민들은 "수문이 설치된 지 10년이 됐지만 이번 처럼 '인재'에 의한 피해는 처음"이라며 강화군수실에 전화를 걸어 집단 항의했다. 강화고교 앞 동락천 둑 10m가량과 축대 3곳이 붕괴되고, 강화읍 국화리와 갑곶리 주택 20여채와 상가 20여곳이 일부 침수됐다. 서해 중부 전해상에 폭풍주의보가 발효돼 인천과 서해 도서를 오가는 14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전면 중단됐다.
또 팔당댐의 대량방류로 잠수교 수위가 높아져 이날 오후 9시부터 차량통행이 통제됐으며 중랑천 월계1교의 수위도 차량통행 제한 수위를 넘어 동부간선도로 월계교―군자교간 양방향이 한때 통제됐다.
서울에서 도라산까지 연결된 경의선도 오전 시간당 5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일부 구간이 한때 운행 중단됐다. 또 양주군 백석읍 진주가공 공장건물 1동이 배수불량으로 침수됐고, 의정부 중랑천변 주차장에 있던 차량 6대가 유실 또는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의정부 승용차 전용도로와 동두천 강변로가 침수되면서 신곡동―장암동(3㎞) 양방향과 상암동―소요산 입구(4.5㎞)구간이 통제됐다. 오후 4시30분께 포천군 일동면 기산리 청계계곡에서 호우로 계곡물이 불어나 김모(65)씨 등 그린산악회 소속 등산객 28명이 고립됐다 2시간여 만에 구조됐다.
태풍 피해를 딛고 재기의 몸부림을 벌이던 정선 삼척 태백 등 강원 수해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퍼붓는 빗줄기에 일손을 놓고 허탈해 했다. 강릉시 옥계면 낙풍1리 주민들은 "오늘 처음 장비를 지원받았는데 지긋지긋한 비 때문에 복구 의욕마저 상실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선읍 애산5리 임부영 이장은 "침수된 가옥들이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비를 맞아 입주할 수 없게 됐다"고 속상해 했다.
태풍 피해가 가장 컸던 경남지역도 밤 늦게부터 비가 내려 복구의 발목을 잡았다.
/의정부=이연웅기자 ywlee@hk.co.kr 강화=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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