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3D가 아니라 4D업종입니다."한 농민단체 관계자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내뱉은 말이다. 그에 따르면 농업은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Dangerous)'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희망도 없는(Dreamless)' 일이 됐다.
농민단체 관계자의 푸념은 과장이 아니다. 농민들이 겪고 있는 비참한 상황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태풍과 잦은 비로 채소값이 폭등했다고는 하지만, 전체 채소류 가격은 평년 수준과 비슷하다. 마늘, 양파 등이 아무리 흉작이 돼도 수입 개방으로 값싼 농산물이 바로 수입되기 때문이다. 수입 개방의 여파로 1990년대 중반 도시근로자 소득의 90%대에 달했던 농가소득이 지난해에는 73% 수준으로 하락했다. 스스로의 노력, 능력과는 상관없이 농촌에 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농민들은 낙오자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칸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농업개방은 대세'라는 여론몰이가 시작된 느낌이다. 김진표 경제 부총리는 17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쌀 개방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농업개방은 우리에게 거의 선택권이 없이 강대국간의 담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개방에 대비해 국내 농업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고 농가소득이 급격히 추락하지 않도록 하는 대비는 우리 의지에 달린 일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도 언급했지만, 지난 10년간 정부 차원에서 농업개방에 대해 준비한 것은 거의 없다.
자신들은 준비도 않은 채 정부가 개방의 불가피성만을 얘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부는 '더럽고, 힘들고, 위험해도 농업에도 꿈이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대책 마련이 개방보다 먼저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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