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기억 한편. 소공동 OO라사 거울앞에 선 아버지의 어깨로 줄자가 오가고 원단들이 펼쳐지고 하얀실로 듬성듬성 시침된 재킷이 입혀지고 하면서 어느새 아버지 몸에 근사하게 착 맞는 멋진 정장이 완성되는 것을 보며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웠는지 모른다. 몇번의 가봉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도 아버지에게는 자신만의 스타일의 옷을 가질 수 있는 즐거움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그 후 시간은 흘러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생기고 아버지의 옷장속에서 OO라사라는 꼬리표를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졌지만 내 기억속 아버지의 옷은 늘 그 소공동 거울앞에서부터 시작된다.
비교적 최근의 기억 한편. 어느 백화점에서였다. 작은 키에 배가 좀 나왔고 팔 다리는 좀 짧은, 낯설지 않은 몸매의 아저씨가 우리나라 남자의 신체 조건과는 애당초 아무 상관이 없는 수입브랜드 옷을 구매하고 있었다. 소매를 줄이고 재킷 총장도 줄이고 당연히 바지 기장도 손보고…. 그러다 보니 아예 새로운 옷이 탄생했다.
엄청나게 비싼 정장을 구매하면서 자기의 몸에 맞지도 않는 것을 뜯어고쳐가며 입다니, 참 답답하고 억울한 일 아닐까? 그 아저씨를 보면서 나는 문득 '맞춤으로 해 입으면 고쳐입는 것보다 훨씬 나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산 사입기 운동을 펼치자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좀 고급스러운 국산 브랜드들은 사이즈 오더 맞춤 서비스와 방문 맞춤 서비스를 대부분 제공한다. 또 조금만 부지런하다면 저렴한 정장 맞춤집과 셔츠 맞춤집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나 같이 목이 얇고 팔은 긴 이상체형의 사람도 얼마든지 잘 맞는 셔츠를 저렴하게 입을 수 있다.
그뿐인가. 스트라이프도 좋고 체크도 좋고 마음에 드는 원단 하나를 골라 2버튼, 3버튼, 아님 더블로, 거기에다 메탈 단추를 달수도 있다. 허리는 약간 들어가게, 총장은 약간 길게, 뒤트임은 양쪽으로 내서 마무리하고, 하의는 주름을 1개든 2개든 원하는 스타일로 주문한다. 개성있는 나만의 정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물론 기간은 한 일주일 걸리지만 같은 값에 자신의 결점은 가리고 개성은 살릴 수 있다는데야 일주일은 오히려 짧은 것 아닐까?
/LG 알베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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