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조폭2' 10분 후 시작합니다. 빨리빨리 오세요" CGV나 메가박스를 제외한 극장 앞에서 망설이는 관객들을 독촉하는 아저씨.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고 있으면 "곧 매진"이라고 바람을 잡는 그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그들은 바로 영화 배급사에서 고용한 '입회인'(立會人)이다. 직배사들이 본사에 보고할 때는 '체커'(Checker)라고 부른다. 한국에 극장이 생기면서 거의 동시에 생겨난 이들 입회인은 자기네 영화에 얼마나 관객이 드는지를 감시하는 사람들이다. 철저히 '불신'을 기반으로 생겨난 직업이다. 전산화가 됐다고 해도 '극장이 얼마나 관객수를 속일지 몰라' 불안한 영화 제작자와 배급사가 이들을 고용해 영화 관객수를 집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주요 극장은 물론 지방 곳곳마다 이런 입회인이 있다. "입회인을 안 붙이는 것은 영화 흥행을 포기한다는 얘기"라는 게 배급사의 설명이다. 일당은 서울의 경우 3만 5,000원 내외이고, 지방 소도시는 5만 5,000원 가량. 심야에는 1만원이 더 붙고 배급사 직원들이 "잘 부탁한다"며 점심이나 간식을 사기도 한다. 직배사의 경우 입회인 일당이 더 많다.
영화 한 편당 입회인을 쓰는 데 모두 5,000만∼1억원 가량이 들어가며 영화사는 연간 10억원 내외의 비용을 이들의 인건비로 쓴다.
이들은 영화 흥행의 감별사이기도 하다. "첫 회 손님 드는 것만 보면 이 영화는 몇 만 명이 들 것이라는 계산을 하는데 비교적 정확하다"는 게 영화인들의 반응이다. "이 영화는 전단이 잘 나간다" "관객들이 쳐다 보지도 않는다" 등 현장을 아는 이들의 진단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는 평이다.
올 12월부터 전국에 전산화가 이뤄지면 이들은 과연 밥줄을 잃게 될까? 영화 관계자들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극장전산망에 가입하지 않는 극장이 적지않을 터인데다 여전히 극장측 집계를 못 믿는 배급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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