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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천하 … "입을 모셔라"/오락프로 "시청률 보증수표" 스타 MC 구애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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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천하 … "입을 모셔라"/오락프로 "시청률 보증수표" 스타 MC 구애戰

입력
200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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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 프로그램의 주인은? PD, 출연자, 시청자? 모두 아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답은 스타 MC이다.방송가의 꽃이라는 PD가 오락 프로그램에서만큼은 더 이상 절대 권력이 아니다. 스타 MC가 옥상옥으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 MC가 떠나면 프로그램은 폐지되는 것이 지금 오락 프로그램의 현실이다.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이 비슷한 구성과 출연진으로 제 색깔을 잃은 대신 MC의 '입담'에 운명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 MC의 위력은 시청률이 대변한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시청률 집계 결과 강호동이 진행을 맡은 '강호동의 천생연분'(MBC 토요일 저녁 6시5분)과 '야심만만'(SBS 월요일 밤 11시5분)이 각각 20.2%, 16.1%의 시청률로 같은 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신동엽이 MC를 맡고 있는 '신동엽·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SBS 화요일 밤 11시5분), '해피투게더'(KBS2 목요일 밤 11시5분) 역시 각각 21%, 22.9%의 시청률로 같은 시간대 다른 프로그램들을 누르고 정상을 달리고 있다.

강호동, 유재석, 김제동으로 결정타를 날린 SBS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을 스타 MC를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MC 전쟁의 포문을 연 곳은 SBS. SBS는 강호동, 유재석, 김제동 등 스타MC 삼총사를 한꺼번에 투입하는 주말 오락프로그램(프로그램명 미정)을 다음달 신설할 예정이다. SBS는 인기가 치솟고 있는 이들 3인방을 통해 'MC 휴업' 의사를 밝힌 신동엽의 공백을 메우고 3인방의 타 방송사 출연까지 견제하는 이중 전략을 펴고 있다.

MBC 출신 은경표 PD가 설립한 선인장 프로덕션에서 외주 제작하는 이 프로그램은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될 예정. 특히 선인장측은 세 사람에게 파격적인 개런티 등 '특별 조건'을 제시하고 같은 시간대의 타사 주말 프로그램에서 빠져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와 KBS는 비상이다. MBC는 강호동이 SBS로 떠나면서 MC 재계약이 무산돼 27일 방송을 끝으로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폐지하기로 했다. 강호동을 대신할 마땅한 MC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KBS도 마찬가지. 유재석이 출연중인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KBS2 일요일 저녁 6시) 등 주말 오락프로그램의 중도하차를 검토하고 있다. 급기야 KBS와 MBC 모두 김제동에게 주말 저녁 시간대 오락프로그램 MC 자리를 제의했으나 그 역시 SBS 신설 프로그램에 합류할 방침이어서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치솟는 몸값, PD '낙점'하는 스타 MC

방송사들의 시청률 경쟁이 부른 MC 전쟁은 스타 MC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했다. 방송사에 따르면 강호동, 신동엽은 월 수익이 1억원을 넘을 정도다. 강호동은 '강호동의 천생연분' 시절 회당 500만원 선의 출연료를 받았으나 이번에 SBS로 옮기면서 몸값이 회당 700만원 선으로 뛰었다. 정상을 달리고 있는 신동엽은 회당 700만∼800만원, 유재석은 회당 500만∼600만원의 출연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 김용만, 이경규, 남희석 등이 유재석과 비슷한 대우를 받는 톱클래스로 꼽힌다.

톱클래스의 스타 MC를 기용할 경우 MC 출연료가 프로그램 제작비의 20∼30%를 차지하기도 한다. 한 오락프로전문 PD는 "대규모 버라이어티 쇼는 회당 7,000만원 안팎의 제작비가 드는데 이 가운데 MC 출연료가 20% 이상"이라고 말했다.

스타MC들은 출연료 뿐만 아니라 출연 조건에서도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흔히 '옵션'으로 통하는 출연 조건의 경우 강호동, 신동엽처럼 프로그램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달라거나 공동 MC의 경우 친한 연예인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단서를 붙인다. 심지어 한 스타 MC는 자신과 호흡이 잘 맞는 PD하고만 일을 하겠다고 방송사에 요구해 'PD를 고르는 MC'라는 말을 낳기도 했다.

이처럼 스타 MC를 잡는 게 어려워지자 MBC는 앞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여러 신인 MC를 내세우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첫 번째 시도가 추석 연휴 때 방영된 파일럿 프로그램 '17:1'. MC몽, 강두, 세븐, 하하, 팀 등 여러 명의 신인이 공동 MC를 맡았다. 신인의 경우 출연료가 회당 100만원 선이어서 제작비를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섭외가 손쉽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스타MC의 대안은 없는가

스타 MC에 프로그램이 좌우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방송사의 졸속 제작이 원인이다. 한 PD는 "사전 기획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우선 MC의 인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외국 방송사의 경우 방영 개시 6개월 전부터 준비에 들어가 충분한 사전 기획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MC 의존율이 낮고 아마추어가 출연해도 방송이 튀지 않고 탄탄하다"고 말했다. 결국 시청률 지상주의가 스타 MC에 의존하는 졸속 제작의 씨앗인 셈이다.

MBC 장태연 예능국장도 "외국에서는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음악프로그램처럼 비싼 출연료를 감당하지 못해 프로그램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경우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스타 MC의 대안을 찾으려는 방송사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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