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허성관 해수부 장관을 행자부 장관에 내정함으로써 지난 2주일간 논란이 됐던 김두관 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 문제에 대해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끊임없이 사표 제출을 고집하는 바람에 '행자부 장관 내정자'가 나오는 기이한 장면이 빚어졌다.김 장관은 17일 노 대통령과 조찬을 함께 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곧바로 허 장관을 후임 행자부 장관으로 발표했지만 "김 장관의 사표 수리는 2∼3일 정도 늦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임자가 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김 장관이 계속 행자부 장관으로서 일하는 모양새는 이상하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김 장관에 대해 "(사표제출을) 서두를 일이 아니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은 김 장관이 태풍피해 복구를 마무리한 뒤 사표를 내길 원했지만 김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바람에 이런 기이한 모양새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에서는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이 사퇴할 때도 대통령의 만류가 통하지 않았던 것을 들어 "대통령의 영(令)이 서지 않고 있다"는 한탄이 나온다.
이와 함께 행자부 장관의 후임에 연쇄 인사에도 불구하고 굳이 허 장관을 기용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이 행자부 장관 해임결의안의 부당성을 성토할 때 "국정감사를 앞두고 장관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던 것과도 모순된다. 정찬용 인사보좌관은 "그런 논의가 있었지만 허 장관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인재풀이 빈약하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한편 청와대는 국회에서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3일부터 장관 교체에 대비, 후보자를 선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보좌관은 "3일 행자부 장관 후보자를 10배수로 선정했고, 8일에는 3배수로 압축했다"고 설명했다. 또 15일 해수부에서 허 장관의 내정설이 흘러나와 혼선을 빚었던 데 대해 정 보좌관은 "14일 허 장관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내가 가느냐'라고 물어 '3배수에는 들어갔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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