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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피해 상인들 "눈물의 땡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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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피해 상인들 "눈물의 땡처리"

입력
200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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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수건)한 장에 단 돈 오백원…." 태풍과 해일로 쑥대밭이 된 경남 마산시 남성동 마산어시장. 바닷물에 젖은 가재도구가 길을 가득 메워 어수선한 이곳에서 상인들은 17일 '눈물의 바겐세일'을 하고 있었다. 가게 문에 '땡처리'라는 글자를 써 붙인 상인들은 짠물 먹은 물건을 하나라도 더 처분하기 위해, 팔아도 손해만 보는 어이없는 장사를 하고 있었다."어쩌겠습니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몽땅 쓰레기로 버려질 텐데요."

13년째 수건가게를 운영하는 이상국(52)씨는 원래 가격의 10분의 1인 500∼1,000원에 물건을 팔고 있었다. 수건 70만장(시가 3억원)을 쌓아 둔 20여평 규모의 점포가 물에 잠기자 고육지책으로 파격 세일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문을 열자마자 손님 100여명이 몰려 2,000여장을 팔았지만 이씨는 제 값을 받지 못해 마음이 쓰리기만 했다.

3억원의 피해를 입은 하상춘(56)씨도 한동안 넋을 잃었다가 힘을 내 이불가게 문을 다시 열었다. 바닷물을 덮어 쓴 물건이라 정상가의 10%에 물건을 팔았다. 하루 손님이 2,000명을 넘지만 그 역시 제 값을 받지 못해 속이 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인근 속옷 전문점에서는 4만5,000원 하던 잠옷이 2만원, 1만원짜리 속옷이 2,000∼3,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가게 주인 이종금(46·여)씨는 그러나 "추석 대목을 앞두고 준비한 1,000만원짜리 선물 세트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떨구었다.

이들이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으로라도 판매에 나선 것은 바닷물에 젖은 물건은 모양 변형, 부식 등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 수돗물에 빨아 그늘에서 말리면 사용 가능하지만 물건을 일일이 손볼 수 없기 때문에 싼 값에 서둘러 판매하는 것이다.

이들 상인은 그러나 값을 더 깎으려는 손님을 보면 기운이 쑥 빠진다고 한다. 1만5,000원짜리 가방을 5,000원에 내놓았지만 1,000원짜리 한 장 내던지고 도망치듯 뛰쳐나가는 사람, 3,000원짜리 속옷 6장에 1만원만 던지는 사람은 그래도 낫다. 50% 이상 깎은 값을 비싸다며 싸우듯 흥정 시비를 걸거나 물건을 훔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속옷 전문점에서 만난 손님 최모(37·여)씨는 "물건을 훔치는 것은 상인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고 얌체족을 나무랐다.

파격적인 가격이지만 생각만큼 물건이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 전남 여수 서시장에서 아동의류매장을 운영하는 박창월(39)씨는 "13만원 하는 아동 정장을 1만원에 팔고 있지만 이마저 팔리지 않아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둘러 물건을 처분한 뒤 아예 가게문을 닫으려는 이도 있었다. 이날 2만원짜리 냄비를 5,000원에, 그릇과 수저세트는 1,000∼2,000원에 내놓은 마산시 해운동의 생활용품 가게 주인 박모(51)씨는 "피해액이 10억원이나 된다"며 "어느 정도 팔리면 가게를 정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태풍 매미는 평생 잊지 못할 악몽이었다"며 "이번 장사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마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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