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해 때 이웃의 도움이 없었으면 재기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이젠 우리가 보답할 차례지요."지난해 태풍 '루사'로 큰 피해를 봤던 주민들이 수해 현장에 속속 달려와 지난해의 고마움에 보답하고 있다.
충북 영동군 용산면 산저리 주민 40여명은 17일 버스를 전세내 침수 지역인 경남 진해시 웅천동에 도착, 100여만원의 성금을 전달한 뒤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고 부유 쓰레기를 처리하는 등 밤늦게까지 궂은 일을 도왔다. 이들은 지난해 수해 때 기억을 되살려 수재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점심식사와 생수, 간식을 미리 챙겼다.
산저리는 지난해 인근 금강이 범람하면서 집과 농경지를 휩쓸어버려 영동군내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마을. 손석교(51) 이장은 "헌신적인 이웃의 도움으로 참혹했던 수해를 딛고 일어섰다"며 "수해복구 경험을 살려 2, 3일 현지에 머물면서 실의에 잠긴 수재민을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주문진읍 장덕2리 주민 50여명이 18일 왕산면 대기2리의 백합농장을 찾아 모래에 매몰된 20여채의 비닐하우스를 복구하기로 했다.
장덕2리는 지난해 루사로 하천이 범람, 마을 전체가 휩쓸려 내려가 국무총리가 첫 수해 방문지로 선택했을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던 곳. 그러나 전국에서 몰려든 온정에 힘입어 완벽한 수해복구로 이번에는 마을 창고 일부만 침수되는 경미한 피해를 봤다.
백합농장 농장주 이명용씨는 "피해가 엄청나 어디부터 복구해야 할 지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도움을 준다니 저절로 힘이 솟는다"고 고마워했다.
/강릉=곽영승기자 yskwak@hk.co.kr
영동=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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