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노골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이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정무수석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에 대해 개인 의견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문제와는 별개로, 대통령의 핵심 주변에 파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유 수석의 파병 반대가 대통령과의 교감아래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일부 언론이 마치 파병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그런 보도가 안 나가면 좋겠다"고 말한 직후에 나왔다는 사실이 주목된다.유 수석은 사견임을 전제로 "굳이 전투병을 파병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파병을 하지 않는 게 국익에 이롭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는 엄연한 주권국가 인데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거나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적절한 발언인지 여부를 떠나 그의 주장은 많은 논쟁을 촉발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대한 정부 입장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으며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주변에 신중한 언행을 당부했고, 주무 부서인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국방 장관도 지금은 논의의 초기단계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회도 겨우 상임위 차원의 논의를 시작했으며, 정부는 오늘 열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에서 초보단계의 검토를 시작한다. 파병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경우는 일부 국회의원과 361개 시민단체 정도다.
유 수석의 파병 반대는 경위야 어쨌든 파병 문제를 둘러싼 대립과 논란을 가속화할 게 분명하다. 사안의 폭발성을 감안해 모두가 조심해 하고 있는 문제를 청와대 정무수석이 앞장 서 건드렸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