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배워온 기성 세대들에게 3일 축제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강택구'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제 갓 서른 살이 된 신세대 연출가 김노운이 풀어내는 통일 이야기는 극중에 불쑥 튀어나오는 DJ Doc의 힙합 댄스처럼 유쾌하고 가볍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가벼움이 통일이란 단어 뒤에 숨은 상처와 눈물마저 한낱 농담으로 만들어버리는 경박함과 동일하다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처자식을 북에 두고 혈혈단신 월남한 실향민의 아들로 러시아에 유학 간 강두만. '컬러 TV 한 대를 어마니께 사드리기 위해' 시베리아 벌목공을 자원한 이복 형 강택구. 이들 두 형제의 우연하고 코믹한 재회는 '이산가족 상봉' 식으로 통곡에서 시작해 울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해 주는 기자 최용갑이 '분단 2세대의 통일관은 자기 중심적이고 무관심하다'고 질책할 정도로 강두만은 형 택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의 인생에 뜬금 없이 끼어 든 형 강택구에게 두만은 "우리 엄마는 당신 엄마 때문에 한 번도 아버지에게 정을 받아본 적이 없어, 내가 당신에게 형이라고 부르면 우리 엄마는 뭐가 돼"라고 내지른다.
그러나 이들의 불화는 어떤 의미에서 기성세대의 눈물보다 순수하다. '잃어버린 30년'이 흐르는 가운데 강택구가 동생 두만과 껴안는 모습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분단의 아픔을 박제화하고 있는 미디어와 이를 가십 정도로만 여기고 있는 남한 시민의 소시민성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 미녀 응원단에는 열광하면서도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에게는 냉담한 남한 사회의 이중성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은 이런 것이다'고 외치는 듯하다.
'강택구' 역을 맡은 권오진은 이 연극이 '강택구'라는 이름을 걸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온몸으로 증명한다. 그는 폭발적 연기를 통해 북한의 '인민'도 우리의 형제임을 가슴으로 받아 들일 수 있도록 해준다. 공연은 축제 소극장에서 11월2일까지 계속된다. (02)741―3934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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