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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황의 언론보기]"특정신문 감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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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황의 언론보기]"특정신문 감싸기?"

입력
2003.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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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반 전략적 봉쇄소송(anti-SLAPP)'이란 생소한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란 정부 활동이나 공적 이슈에 대한 개인과 단체의 비판 활동을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되는 소송을 말한다. 이를 명명한 프링 교수와 캐난 교수는, SLAPP의 대다수가 명예훼손 소송이며 개인과 단체의 정치적 표현 행위와 참여활동을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일부 주들은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반 SLAPP'을 입법화하고 있지만 연방대법원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그런데 한나라당의 방침은 그 배경이 공직자의 언론소송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최근 대통령의 언론소송과 관련하여 특정 신문을 감싸주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프링 교수 등이 제시한 SLAPP의 사례는 매우 다양한 상황과 이유에서 발생하며, 언론소송이 문제인 경우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우리와 미국의 언론소송 현실을 단순 비교하여 '반 SLAPP'을 도입하려는 것도 기계적 발상일 뿐이다. 언론 오보와 정정의 메커니즘이나 언론피해 구제수단 등 두 나라의 언론 수준에는 큰 차이가 있다.

언론사도 소송제기 예사

그리고 언론사 스스로가 시민과 시민단체를 상대로 그들의 비판 활동을 봉쇄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액의 소송을 걸고 있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심지어는 언론사가 다른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언론사가 직접 SLAPP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명예훼손 소송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언론사의 주장이 무색할 정도이다. 언론소송에 대해 '입막음', '겁주기'라고 항변하는 언론사도 정작 자신에 피해가 미칠 때면 서슴없이 소송을 내고 있다. 자기 지면을 이용해서 충분히 자기 입장을 변호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소송을 당한 언론사는 비판 기능이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무차별적으로 비판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반 SLAPP'의 보호를 받아야 할 약자는 언론이 아니다. 대언론사는 권력기구와 다름없다. 미국에서 SLAPP의 피해자는 힘 없고 돈 없는 시민과 단체이며, 언론의 경우 대언론사가 아니라 작은 언론사이다. '반 SLAPP'은 별다른 피해구제수단이 없는 시민에게 적용돼야 할 제도이다. 언론소송을 이유로 언론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반 SLAPP'을 입법화하는 것은 진실되지 못한 자세이다.

개인 피해구제와 균형을

한편 우리 판례들은 언론의 비판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 및 공익성의 위법성 조각사유와 상당한 이유 등의 각종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공인'에 대한 별도의 심사 기준을 인정하는 판례를 남기고 있다. 이런 현실에 불구하고 '반 SLAPP'을 입법화하는 것은 공직자와 공인의 명예훼손 주장을 원천적으로 막아 피해구제라는 정당한 이익마저 희생시키는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된다. 또 '반 SLAPP'을 통한 언론사 보호에만 급급하다 보면, 문제된 언론보도가 얼마나 터무니없고 잘못된 것인지를 가려내는 데 소홀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언론자유의 이익과 개인의 피해구제에 대한 균형된 판단인 것이다.

공직자나 공인에 대해 언론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론을 상대로 한 소송은 언론의 비판기능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서 상식적 사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거나 의도적 부풀리기를 일삼는 언론보도가 있다는 분명한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직자나 공인에 대한 보도라도 고의적 거짓 보도라면 언론자유의 보호막을 쓸 수는 없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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