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부터 이라크 파병을 요청받은 대부분의 나라들은 일단 입장 표명을 미루면서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지금까지 미국이 파병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나라는 대략 15개국 정도다. 이 가운데 파병 수락(영국, 방글라데시)이나 거부(인도, 네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나라는 4개국에 지나지 않고 10여개 국은 먼저 유엔 승인과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주 1,200명 선의 추가 파병 방침을 밝힌 영국도 16일 제레미 그린스톡 이라크 특사가 "현재 주둔 병력도 임무 수행에는 충분하다"고 말하는 등 한 발 물러설 기미를 보이고 있고, 방글라데시도 유엔 승인을 전제로 깔아 지금 단계에서 무조건 파병을 수용한 나라는 없는 상태다.
여기에 이미 파병 거부 의사를 밝힌 인도에 이어 17일 네팔도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해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네팔은 이날 "국내 반군과의 전투로 여유가 없다"며 파병을 거부했다. 미국의 원조를 받으며 그동안 미국군사정책을 적극 지지해 온 네팔의 반대는 미국에게 상당한 충격으로 여겨지고 있다.
관망 입장의 나라들은 저마다 복잡한 사정에 고심하고 있다. 이미 의회가 1,000여 명의 병력 파견을 승인한 일본은 '현지 사정의 우선 안정'을 내세워 실행을 미루고 있고 파키스탄도 강한 반대 여론에 머뭇거리고 있다. 터키는 파병시 이라크내 쿠르드족의 반발에 발목이 잡혀 있다.
현재로서 각국의 유보 입장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변수는 유엔의 승인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미국이 지휘권을 갖는 다국적군 창설을 내용으로 하는 새 유엔 결의안을 이르면 이번 주말 안보리에 상정한다는 계획으로 활발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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