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을 강타한 태풍 매미는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지리산 등 천혜의 관광자원마저 초토화시켰다.완연한 초가을 날씨를 보인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해수욕장은 그렇게도 곱던 800m 길이의 백사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삭막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해안선에는 금빛 모래 대신 울퉁불퉁한 자갈과 쓰레기가 가득했고 지난 여름 피서객이 드나들었을 탈의실, 화장실 등은 흔적조차 없었다. 이곳이 한려수도의 대표 해수욕장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김주수(56) 한려해상국립공원 관리과장은 "해수욕장 전체가 파도에 휩쓸려 나갔다"며 "피해가 너무 커 실태 조사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난감해했다.
'남국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거제 외도해상농원도 만신창이가 됐다. 아열대 코코아, 야자수, 후박나무 등 4만4,000여평 섬 전체를 가득 채운 800여종의 식물들이 바닷물을 뒤집어쓴 채 누렇게 말라가면서 섬 전체가 푸르름을 잃고 있었다. 선착장, 매표소, 휴게시설 등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 연간 1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당분간 관람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농원을 관리하는 문봉남(61)씨는 "꽃도, 나무도 없는 섬으로 변해 95년 개장 이후 처음으로 휴장키로 결정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복구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바다의 금강' 거제 해금강(명승 제2호)도 선착장과 매표소 5곳이 파도에 씻겨 나갔으며 몽돌해수욕장 등 인근 해수욕장 6곳은 백사장이 유실되고 진입도로, 편의시설이 망가져버렸다. 피해액만 54억여원에 이르는데 신속한 복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피서객 맞이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일의 해상공원인 마산시 월영동 돝섬해상유원지도 직격탄을 맞았다. 90억여원을 들여 지난해 8월 재개장한 돝섬은 놀이기구 12종의 철기둥이 엿가락처럼 휜 채 주저앉았고 선착장과 식당은 지붕이 통째 내려앉았다. 4만그루에 이르는 소나무도 40%가량이 고사위기에 처했으며 호안도로 복구에도 6개월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지리산은 산사태로 산자락 곳곳이 잘려 나가 일부 등산로가 폐쇄됐다. 대원사와 천왕봉을 잇는 계곡에서 절개지가 붕괴됐으며 산청군, 함양군 일대 지리산 자락 수십여곳이 패고 20여㏊에서 산사태가 났다. 13일부터는 함양군 마천면 추성계곡과 천왕봉을 잇는 등산로 1㎞ 가량의 출입이 통제됐다.
통영 비진도해수욕장, 남해 상주해수욕장, 사천 남일대해수욕장 등 남해안의 유명 해수욕장들도 모래가 쓸려나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마산·거제=이동렬기자 dylee@hk.co.kr 정창효기자 ch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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