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생명보험회사인 ING생명의 요스트 케네만스(40) 한국지사장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17세에 '혼자 힘으로 살기 위해' 은행 출납원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괴짜'다. 그 이후의 행적도 평범한 인생과는 거리가 멀다.그는 은행을 다니면서 야간대학과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과 회계학을 전공, 34살에 ING은행 국제금융담당 임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대학에서 경영학, 법학, 정보기술(IT) 등을 복수 전공한 그는 7개 언어를 능통하게 구사한다.
한국과의 인연은 2000년 ING그룹이 투자한 주택은행의 IT 담당 고문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일년 뒤인 2001년 1월 그는 능력을 인정 받아 ING생명의 지사장으로 전격 발탁 됐다.
부임 초기부터 케네만스 지사장은 혁신적인 개혁을 단행해 주목을 받았다. 임원들의 연봉을 동결하고 직원들의 봉급은 최고 21%까지 인상하는 등 철저한 능력급제를 도입했다. 사원들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주요 결정 사항 및 사내 이슈를 공론화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또 업계 최초로 국·영문 혼용 사내보를 발행해 칼럼을 쓰고, 직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채널도 신설했다. 부임 2년 만에 수입 보험료에서 전체 생보업계 8위, 당기순이익(2001년도 회계기준) 4위를 기록하는 성장을 이룬 것도 이 같은 개혁의 성과였다.
그는 한국사람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근면할 뿐 아니라 목표가 생기면 저돌적으로 일하는 열성적인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는 "윗사람에 대해 거의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다가도 뭔가 뒤틀어지면 작은 일에도 욕을 하는 등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구석도 많다"고 말한다.
케네만스 지사장은 21세기 세계경영의 출발은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 "한국이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신뢰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양질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각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중시하는 이유도 객관적인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어떤 행동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여전히 가능성이 많으며 특히 한국 소비자 수준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입니다. 따라서 정부가 너무 세세한 부분까지 규제하려 하기 보다 시장 원리에 맡겨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그는 현재 보험업계의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생보사 상장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계약자들은 보험회사를 상호회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생보사를 주식회사로 간주하는 경향이 대세입니다. 한국과는 정 반대지요." 케네만스 지사장은 관점의 차이가 있겠지만 충분한 협의를 통해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충고도 곁들였다.
케네만스 지사장은 직설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생각나는 대로 얘기하는 성격 때문에 실무자들도 곤란해 할 때가 많다. 한국의 경제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답변하는 것도 직설적인 성격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애정이 없다면 듣기 좋은 소리만 늘어놓았을 것이라는 반론이다. 그는 "아내가 한국인이고 얼마 전 아들까지 낳아 한국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라며 한국 예찬론을 폈다. 노총각이던 그는 주택은행에서 IT담당 고문으로 근무할 당시 사내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금의 부인과 3년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아내와 갓 태어난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할 만큼 그는 아직도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는 "3개월간 외국 출장을 끝내고 돌아오니 부정부패 관련 스캔들 기사가 온 매체를 뒤덮고 있어 무척 놀랐다"며 "노사문제나 물류대란은 물론, '부정부패' 역시 한국에 투자를 꺼리게 하는 사항 중 하나"라고 깨끗하고 투명한 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중석기자 jsk@hk.co.kr
● 케네만스 지사장은 누구
▲1963년 네덜란드 출생
▲89년 네덜란드 학세후게 스쿨 졸업(경영정보시스템 및 회계 전공)
▲89년 AMRO은행 무역부문 프로젝트 매니저
▲91년 인터그램 프로젝트 매니저
▲92년 아우스데이터 시스템개발담당 매니저
▲97년 파리바 네덜란드은행 IT담당 총괄매니저
▲2000년 ING은행 국제금융서비스 책임자
▲2000년 주택은행 IT담당 고문
▲2001년 ING생명보험 한국지사장
▲취미: 배드민턴, 축구
● ING생명은 어떤 회사
ING생명은 올해 1·4분기 3,51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생보업계 5위로 올라섰다. 외국계 회사로는 알리안츠에 이어 2위. 국내에 진출한 외국 생보사로는 최초로 '빅5'에 진입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566억원으로 23개 생보사 중 4위, 외국계에서는 1위다.
현재 79개 지점 4,500여명의 전문재정 컨설턴트를 통해 종신보험과 연금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ING그룹이 각각 2대8의 비율로 지분을 갖고 있다. 2000년부터 세계 굴지의 보험회사 전문 평가 기관인 A.M.베스트 사로부터 국내 업계 최초로 3년 연속 'A(Excellent)'등급을 획득했다. 은행과 보험사가 상호 업무협력을 통해 종합재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카슈랑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 내가 생각하는 외국기업
ING생명을 흔히 외국계 회사라고 부르지만 실제는 직원의 99% 이상이 한국인이다. 외국인은 나를 포함해 10명이 채 안 된다. 본사의 투자 지침을 따르는 것을 빼고는 모든 의사 결정을 한국에서 한국법에 따라 진행하는 한국 기업이다.
나는 한국에서 사업하면 한국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타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그 안에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문화와 여건에 먼저 잘 적응해야 한다.
'글로벌'은 한국 기업이 외국으로 나가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기업도 한국에 들어와 한국경제에 동화하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인식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외국기업 유치는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모든 나라의 화두다. 한국 기업은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도 배울 점이 매우 많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세계 시장을 향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과 직원들에게 보다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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