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연기자 지망생이 찾아 오면 늘 '연기는 기다림의 예술' 이라는 얘기를 해 준다.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며 고독하게 42.195㎞를 달리는 마라톤처럼 긴 훈련과 수많은 고비를 거쳐 성숙하는 예술이 연기라는 것이다. "줄곧 1등으로 달리던 사람이 뒤로 처지고 결승점에서는 오히려 꼴찌로 달리던 사람이 월계관을 쓸 수 있는 마라톤과 같은 것이 연기자의 인생"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평소 칼을 갈아라. 단번에 자를 수 있는 서슬 퍼런 칼을. 불평 불만만 하다가 정작 기다리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잡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는 사람을 수없이 보았다. 어쩌다 '자고 나니 유명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반짝 스타'로 그쳐 더 큰 상처와 아픔이 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김민성 MTM(모델&탤런트 매니지먼트)대표는 1987년 연기학원인 한국방송문화원을 설립하고 2년 후 캐스팅과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주)MTM을 만들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스타를 발굴, 관리해 온 인물이다.
매년 약 300명이 그의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4,000명이 넘는 스타 지망생이 배출됐다.
심은하 김희선 안재욱 채림 송혜교 송윤아 소유진 김소연 한재석 정준 김정현 이정현 감우성 이제니 김사랑 이종수 등이 한국방송문화원을 나온 대표적 연기자이고, 최진실 고소영 신은경 이미연 김남주 전도연 최민수 김혜수 김석훈 박경림 권오중 김민종 김지호 박철 김보성 최진영 설수진 이재은 등이 MTM에 의해 발굴돼 성공한 스타이다.
또한 지금까지 143명이 방송사 공채 탤런트로 합격하고, 현재 TV에 출연하는 아역 및 하이틴 연기자의 80% 이상이 MTM에 의해 캐스팅 되고 있다.
그는 금년 초 연기학원과 별도로 강남구 대치동에 전문학사학위가 주어지는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를 세워 연기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의 인재를 육성해보겠다는 꿈을 이뤘다.
많은 스타들을 어린 시절부터 교육하며 성장과정을 지켜보아 온 김대표는 투철한 준비와 각오없이 환상만 갖고 달려드는 연기 지망생을 만날 때는 오히려 불안과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연예계가 커진다고 해서 모든 연기자에게 활동의 장이 넓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실력있는 연기자만이 더 혜택을 보는 거죠. 요즘 신은경이 '조폭마누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데 그도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연기자가 아닙니다. 아역 연기자에서 길고 긴 무명의 터널을 혼자서 묵묵히 지나오다가 어느 날 '종합병원'이라는 그야말로 마지막 승부 같은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자신의 무기인 중성적 이미지를 잘 유지함으로써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이지요."
"심은하도 아주 성실했고 눈에 띌 정도로 열심히 연기수업을 했죠. 영상모델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한 후 연기수업에 들어갔는데 밤새워 교재를 달달 외우고 신들린 듯이 연기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서는 쉽게 대성을 예상했어요. 그가 신드롬을 일으키자 방송 관계자들도 모두 '너무나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최근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를 통해 대스타로 도약한 장서희도 김대표의 손을 거친 아역배우출신.
"장서희는 연기에 대한 정열과 각오가 남다른 연기자였습니다. KBS 드라마 '한명회'에서 사약을 받고 죽는 장면 중 약사발 앞에서의 핏기 가신 얼굴, 피를 토하며 처절하게 죽어가는 리얼한 연기는 길에서 마주 친 아주머니가 '나중에 아들이 원수를 갚아줄 테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위로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장서희는 그 역을 위해서 무려 7㎏을 감량했고 어머니조차 '내 딸이 그렇게 독한 줄 몰랐다'고 놀랐어요. 결국 장서희는 늦게나마 '인어아가씨'를 통해 노력과 기다림의 결실을 얻었습니다."
"가수 이정현은 훤칠한 키도, 빼어난 용모도, 섹시한 체격도 아닌 깡마른 체구였지만 처음 연기를 배우겠다고 왔을 때부터 근성과 의지가 눈망울에 배어 있었어요. 그래서 장선우 감독이 영화 '꽃잎'의 여주인공을 찾을 때 적극 추천했고 3,000명의 경쟁자중 최고 점수를 받았어요. 하루 10시간씩 대본에 매달리며 피나는 연습을 하더니 넋이 나간 듯한 퀭한 표정, 분노의 오열을 터뜨리는 처절한 연기로 공감을 얻었고, 아직까지 연기자로서 또 가수로서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
김대표는 본래 연극배우 출신이다. 대학 졸업후 극단 신협과 맥토에서 활동하다가 영상그룹이 주최한 배우모집에서 최우수상을 차지, KBS에 특채 된 탤런트였다.
그러나 87년 미국 LA에 갔다가 우연히 그곳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기학교와 매니지먼트를 보고는 "우리도 머지 않아 이러한 체제가 필요할 것"이라며 곧바로 한국방송문화원을 설립했다. 물론 처음 연기학원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을 때는 사회적 인식이 안 되어 사기꾼 집단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방송문화원은 2000년 '최다 스타 배출'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성공했으며 김대표 자신은 신지식인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는 교육도 교육이지만 과거 PD들이 하던 캐스팅을 전문인력이 대신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잠재력 있는 연예인들을 발굴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스포츠신문에 조그맣게 난 최진실의 사진에서 청초함을 발견, 사극 '조선왕조 오백년'을 통해 데뷔시킨 것, 최민수를 드라마 '꽃치미'에 출연시켜 TV스타의 길을 열어 준 것 등.
캐스팅 디렉터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그는 정인엽감독의 '애마부인' 주인공을 구하기 위해 가슴 큰 여자를 찾아 온 서울 시내를 뒤지고, 집에까지 따라 갔다가는 뺨맞고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겪는 등의 수 많은 일화를 갖고 있다. TV 광고의 부분 모델을 찾기 위해 거리에서 여자들의 눈, 다리, 손, 허리만 보고 다니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그가 지금 관리하고 있는 연기자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최근 영화 남남북녀의 주연을 맡은 김사랑과 최상학 여현수 등.
한동안 공들였던 채림 송혜교와 결별한 후 매니지먼트에 대한 흥미가 상당히 저하된 모습이다. "당연히 우리가 키웠으니까 영원히 우리 식구라고 생각하고 방심했었죠. 제가 프로의식이 부족했던 것이죠. 그 때의 충격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요."
김대표는 스타를 키워내기보다는 이미 만들어진 스타의 소속사 계약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려 빼가는데 혈안이 된 연예 매니지먼트 업계의 현실을 안타까워 하며 "의리보다 돈을 좇아가는 연예인도 문제이지만 결국 일본같이 몇 개 매니지먼트사가 대형화해 힘의 균형을 이루는 게 질서를 잡고 안정을 이루는 빠른 길일 것"이라고 말한다.
유석근 편집위원 sky@hk.co.kr
● 약 력
46세
충북 충주생
극단 맥토, 신협 단원
KBS탤런트 특채
고려대 정책과학대학원 졸
87년 한국방송문화원 설립
89년 (주)MTM 설립(현대표이사)
2000년 신지식인 선정
2003년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설립, 이사장 취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