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 내습 당시 낙동강이 범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은 하천의 직선화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환경부와 환경단체로부터 잇따라 제기됐다.환경부는 최근 하천의 직선화에 따른 홍수 위험을 경고한 '하천의 자연친화적인 복구지침'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시달했다. 환경부는 이 지침에서 재해로 범람한 하천을 복구할 때 물길의 형태를 무리하게 직선화하지 말고 자연상태에 가깝게 할 것 하천 복구시 물이 합류하는 비탈면을 비대칭형으로 설계할 것 수중보 설치시 어도(魚道) 등의 생태이동 통로를 설치할 것 등을 권고했다.
하천 범람과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은 물길의 형태를 자연상태에 가깝게 하라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자연형 하천 설계의 원칙으로 '사행(蛇行)형' 복원을 제시하고 있다. 사행형 하천의 장점은 물길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유속이 감소되고 양쪽 비탈면의 경사에 완급이 생기면서 모래와 부유물질이 퇴적, 다양한 생물서식처의 조성이 가능하다는 점. 실제로 서울 강남의 양재천의 경우 1995∼99년 하천정비 사업을 통해 4㎞ 가량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직선물길을 곡선물길로 바꾸어 홍수피해에 대비한 바 있다.
환경부의 친환경적 하천복구지침으로 보면 이번 낙동강 범람은 하천의 직선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도 "낙동강은 지속적으로 직선화돼 둑에 작용하는 수압이 높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도 15일 "낙동강을 직선의 둑에 가두면서 습지의 90% 이상을 없앤 결과 해마다 둑 붕괴와 침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16일부터 낙동강 유역 지류들의 직선화 문제와 하천복구사업에 관한 조사에 들어갔다.
전문가들 역시 환경단체의 지적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국교원대 정동양 교수는 "국가가 관리하는 낙동강 본류보다 지자체들이 관리하는 수많은 지류들이 문제를 일으켰다"며 "농경지와 택지 등으로 이용하기 위해 60∼70년대부터 낙동강 지류의 90% 이상을 직선화하면서 하천 둔치 양쪽의 습지를 없애 버린 것이 지류의 유속을 빠르게 해 범람을 가속했다"고 지적했다. 국립방재연구소의 심재현 박사는 "낙동강 지류 하천을 직선화하면서 콘크리트를 사용, 물과 바닥의 마찰계수가 높아진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피해를 계기로 '친환경적 하천 복구지침'을 행정자치부의 재해복구 세부지침에 반영토록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라며 "복구지침에 따른 비용을 예산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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