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관련된 결의안을 16일(현지 시각)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결의안은 아라파트의 축출과 암살을 공언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국제사회가 이에 맞서 아라파트를 보호할 것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결의안 채택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이날 마련된 안보리 회의에서 테르제 로이드-라르센 유엔 중동 특사는 "최근 일련의 테러 공격과 비합법적인 살인 행위로 중동평화안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며 평화를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반면 단 길러맨 이스라엘 대사는 "아라파트는 전문적인 테러리스트"라며 "그의 축출은 즉시 분쟁 종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의안에 대해 미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현 결의안에 팔레스타인의 테러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비난이 명시되어있지 않아 이스라엘에 매우 불리하다"며 "현재로선 결의안을 지지할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16일 외교소식통을 인용, "아라파트가 자치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데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문제는 방법과 시기"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아랍연맹은 긴급 회의를 열고 아라파트 수반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아랍권 22개국 아랍연맹 상주 대표들은 이스라엘 내각의 아라파트 제거 결정을 규탄하고, 유엔 안보리에 대해 이스라엘의 위협을 막아주도록 촉구했다.
아라파트 암살 공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높아지자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에후드 올메르트 부총리의 암살 가능성 발언은 그의 사견일 뿐"이라며 "내각의 아라파트 축출 결정도 당장 실행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한편 아흐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리 지명자는 아라파트가 장악하는 정부와는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이스라엘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 이날 새 내각 24명의 각료 중 16명의 지명권을 아라파트 수반에게 이양했다.
또 아라파트의 측근은 16일 이스라엘에 공격의 중지와 팔레스타인 영역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무기한 정전 협정을 제의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에 대해 아라파트 추방 방침에 대항하려는 술수에 불과하다며 제의를 거절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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